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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여객기 개문' 범인 제압한 '빨간바지 남성'의 정체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안전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 이윤준씨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지난 26일 제주국제공항에서 대구공항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문이 상공에서 열린 채 그대로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용의자를 제압한 한 승객의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빨간바지 아저씨'로 알려진 이윤준씨가 26일 비행 중 출입문이 열린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용의자 A씨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윤준(48)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공포의 착륙 동영상' 속의 빨간 바지를 입은 남성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이 퍼진 직후에는 이씨가 출입문을 연 범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으나 이씨는 오히려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범인을 가장 먼저 제압해 인명 피해를 막은 숨은 공신으로 드러났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안전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안전 교육을 위해 제주도 출장 뒤 생업 전선인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그는 "생일 하루 전날이 제삿날이 될 뻔했다"며 "휴대전화 사진들을 보고 있어서 직접 문을 여는 건 보지 못했는데 탈 때부터 그 친구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행 동안 (용의자가) 자꾸 저와 눈이 마주치고 두리번거렸다"면서 "대구 공항에 다 왔는데 (공중에서) 문이 열렸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 친구가 저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겁이 나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각선 방향에 앉은 승무원을 보니 나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려는 눈빛이었다"라며 "승무원이 계속 눈빛으로 무언가 간절한 신호를 줬다"고 덧붙였다.

26일 오전 11시 49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12시 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출입문이 갑자기 열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짧은 몇 초 사이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으며 착지했고 옆에서는 '탁'하며 벨트가 풀리는 소리가 이씨 귀에 들렸다. 범인이 안전벨트를 풀고 벌떡 일어난 것이다. 범인은 열린 출입문 앞에 있던 비상문 옆 벽면에 매달린 채로 뒤를 돌아봤다고 한다.

눈빛을 계속 교환하던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이씨는 왼팔을 뻗쳐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 이후 승무원 서너 명이 달려왔고 다른 승객들도 도우러 왔다. 이들은 용의자를 비행기 안쪽 복도로 끌고 갔다. 이때도 비행기는 착륙 뒤 활주로를 달리는 중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승무원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연합뉴스에 "인터넷에서 승무원분들을 욕하는 악플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상황을 정리한 승무원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저에게 눈으로 사인을 준 승무원분은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항공기의 문이 열려 호흡곤란을 보인 승객을 119구조대가 들것을 이용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한편, 27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았고,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 비상문을 개방했다"고 진술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A씨는 키 180cm에 체중 100kg가량 되는 거구인 데다 당시 심리적 불안 증세로 혼자 걷지 못해 경찰 5~6명이 들어서 경찰차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제주도에서 장기간 무직으로 지내왔으며, 최근 불안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제주에서 혼자 탑승했으며 검거 당시 술을 마시진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7일 이모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어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영장 신청 이유를 밝혔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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