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여러 가지 방법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탱크에 저장하는 방법, 공기 중으로 증발시키는 것, 해양 방류하는 시스템 등이었다. 저장탱크 방식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공기 중으로 증발시키는 것은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 등으로 배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값싸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일본 입장에서는 ‘해양방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두고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측은 오염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을 따라 처리했다고 한다”며 “이를 두고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는 과학적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해법의 대상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가 전문가 현장시찰단을 꾸려 일본에 직접 파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협상 상황에서 나흘 동안 시찰하면서 일본 측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측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국한한다면 시찰에서 객관적 조사에 한계가 뚜렷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등을 중심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라고 부르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문가 현장시찰단 파견을 앞두고 정부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그동안 상황과 앞으로 우리나라 시찰단 구성, 활동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 차장은 지난 12일 “최근 한일정상회담에서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이 합의된 이후 언론으로부터 문의가 많다”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의 활동 경과와 ‘전문가 현장 시찰단’ 준비상황을 설명 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동안 진행과정은=2011년 3월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다량의 방사능 물질과 오염수가 후쿠시마 지역과 인근 바다에 유출됐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인근 8개현에서 잡히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농산물은 15개현 27개 품목) 조치를 취했다.
이후에도 사고 원전에는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하는 등 계속해서 다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정화시설을 통해 정화해 지금까지 1천68개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이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원전부지 내 저장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공식적으로 해양 방류 방침을 확정 발표하기에 이른다. 일본은 해저터널 등 방류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 여름부터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그동안 대응은=박 차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엄정하게 대응해왔다”고 강조했다.
오염수에 대해 국제법·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돼야 하고, 과학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오염수의 일방적 방출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일본의 투명한 정보공개, IAEA의 철저한 검증 등을 지속해 촉구하고 있다. IAEA를 중심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 검증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IAEA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에 우리 측에서는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2022년 3월부터는 오염수 안전성 검증과정에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함께 하고 있다.
박 차장은 “현재까지 IAEA는 총 5차례에 걸쳐 검증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5월중에 오염수 시료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와 6월말 최종 결과를 도출할 종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IAEA 보고서와 별개로 우리나라는 일본이 공개하고 있는 오염수 관련 자료 외에도 한일 양자 간 협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요청한 자료를 받아 자체적으로 과학적 안전성 검토를 진행해 왔다고 박 차장은 강조했다.
박 차장은 “이러한 자료들에 대한 서면 검토 외에 실제 일본 현장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왔다”며 “최근 한일정상회담에서 의제 논의되면서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정상간 합의가 됐다”고 최근 흐름을 설명했다.
◆전문가 현장 시찰단, 활동 범위는=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기시다 총리는 “총리로서 자국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방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 같은 말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공개해온 자료와 일본으로부터 추가적으로 받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번 시찰을 통해 현장에서 확인까지 이뤄지면 종합적 안전성 검토와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IAEA 회원국 중 일본 현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이번 우리나라 사례가 최초이자 유일하다고까지 했다.
이번 시찰단은 안전규제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박 차장은 내세웠다. 박 차장은 “지금까지 안전성 검토를 담당해온 전문가를 검토 중이며 앞으로 모니터링에서도 전문성·지속성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시찰 활동의 목적은 해양 방류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박 차장은 “오염수 정화, 방류시설 전반의 운영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 역량 등을 직접 확인하고 우리의 과학적·기술적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찰단 한계 없을까=이를 두고 앞서 일본의 전략을 언급한 관계자는 “그동안 IAEA 보고서, 일본 측이 내놓은 관련 자료 등에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며 “이런 상황에서 짧은 기간 시찰하고 일본 측이 내놓는 자료에만 근거한 이번 시찰단이 새로운 어떤 것을 파악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찰단이 꾸려진다는 보도 이후 일본은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오염수에 대한 시료 채취 등은 불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류하겠다는 오염수 시료를 직접 채취해 일본이 내놓은 그동안 데이터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기존 자료와 흐름에 주목하지 말고 논의되지 않았던 부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 등을 사전에 자세히 파악해 현장 시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해양방류를 결정한 일본에 대해 ‘이 방법 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이번에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해양 방류는 일본이 단독으로 결정한 만큼 다른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현지 인접 지역의 전기 수급 상황에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서 가장 빠른 해법인 오염수 해양방류 등을 통해 사고 원전 수습에 대한 빠른 대처 등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고 비슷한 원전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도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전문가 현장 시찰단이 ▲면죄부 논란 ▲시찰의 한계 ▲정치적 해법위한 수순 등의 논란을 잠재우면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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