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지금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회사가 (매출) 반토막이 날 것이란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30일 서울 성북구의 신제품 '켈리(Kelly)' 발표회에 참석한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어느때보다 긴장감을 느낀다면서 이런 설명을 내놨다.
현장에 나온 김인규 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전사적인 결의를 보여주는 듯 했다. 김 대표는 '변즉생 정즉사'를 언급하며 "시장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변화와 혁신을 하면 살고, 멈추거나 안주하면 죽을 수밖에 없기에 미래를 향한 우리 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주력 제품인 '테라'는 출시 직후부터 현재까지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2019년 3월 출시 후 100만 상자를 판매하기까지 단 39일이 걸려 국내 맥주 브랜드 최단 시간 기록을 세웠다. 또 경쟁 브랜드가 20년 만에 달성한 주음용 비율(주로 음용하는 맥주 브랜드로 특정 회사 제품을 응답한 비율) 30%도 18개월 만에 달성했다. 지난해는 10억 병으로 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36억 병이나 기록했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가 느끼는 위기감에 대해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기간 동안 테라와 경쟁사 브랜드 점유율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상승세가 예전 같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되지만 않았어도 테라가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 장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상무는 "코로나19 동안 소비자들의 맥주 취향은 다양해졌고, 이에 따라 맥주 시장은 세분화됐으며, 맥주 시장 규모도 줄어 들었다"며 "테라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지금 '일반(Regular)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지 않으면 맥주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신제품을 출시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됨에 따라 앞으로는 하나의 신제품을 출시해도 기대값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깔려 있다.
켈리는 기존 맥주에 대한 인식을 벗어나는 '반전' 컨셉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맥주에 부드러움과 탄산의 청량감이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깨고, 라거는 한 번의 숙성만을 거친다는 기존 방식과 달리 두 번의 숙성 과정을 거침으로써 맥주 맛을 살렸다는 것이다.
오 상무는 "밀가루가 맥주가 되고, 구두약과 골뱅이, 껌이 맥주가 되는 시대에 재미로, 쉽고,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사라지는 맥주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며 "집요하게 맥주의 본질만 추구했으며, 기존 라거에 대한 모든 편견을 파괴한다는 반전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 브랜드가 소주 시장에서 보여준 연합작전을 테라와 켈리를 통해 맥주 시장에서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참이슬이 대세이던 소주 시장에 원조 진로 소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를 선보였다. 이듬해인 2020년 하이트진로 소주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10.3%p 증가했다.
오 상무는 "켈리와 테라는 완전하게 시장이 일치하지만, 두 제품이 차별화된 만큼 시간과 상황, 조건에 따라 원하는 맥주가 다를 것이다"며 "켈리가 테라의 점유율을 빼앗아 갈 수도 있지만, 경쟁사의 점유율이 더 크기에 동등하게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당연히 1위 제품의 점유율을 가져갈 확률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상무는 "켈리는 테라를 보조하기 위해서 나온 제품이 아니며, 마치 현대차와 기아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듯 맥주 시장에서 경쟁을 할 것이다"며 "테라 또한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와 경기불황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맥주 시장 1위 탈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며 "창립 99주년을 맞이한 올해 켈리를 통해 맥주 시장에서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소주에 이어 맥주 부분에서도 목표했던 1위 탈환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자신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