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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尹 공약 '폐기물처리 체계' 근간 흔드는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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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미온적인 대책으로 인해 대통령 공약도 사장되는 상황이다. 이러다간 우리나라 폐기물처리 시스템이 붕괴될까 심히 우려된다."

열분해 업계 설계 분야를 대표하는 한국폐기물에너지산업협회 박죽랑 회장의 호소다.

환경 문제는 범지구적인 공통의 화두이다. 오존층 파괴와 산성비,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대지진 등과 같은 지구환경 문제는 점점 현실적 대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연재해로 심각한 피해를 겪는 모습은 기후 위기가 코앞까지 왔다는 방증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지난 2000년 2월에 멕시코에서 개최된 국제환경회의장에서 "현시대를 지질학적으로 인류세(Anthropocene)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1980년대 미국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Eugene Stoermer)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환경체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바꿔놓은 지질시대를 의미한다.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엔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되는 시대"라고 등재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인간 활동의 결과가 각종 폐기물 쓰레기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다.

각종 폐기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폐기물 쓰레기를 소각할 경우 대기 오염을 유발하고 매립할 땐 토양과 수질이 오염된다. 국가마다 각종 첨단 기술을 도입해 폐기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10대 국정과제로 '폐기물 열분해 육성 사업'을 내세웠다.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 계획을 통해 생활 플라스틱 발생량을 2020년 대비 2025년 20% 줄이고 폐기물 처리 방식을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열분해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국내 환경기초시설업계의 어깨가 무겁다. 가연성 폐기물을 활용해 물질 재활용과 열적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형연료 보일러·발전소 업계, 열분해 업계, EPR 업계, 폐기물 소각 업계 등이 국내 환경기초시설업계에 해당된다.

폐기물의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팀 등의 열적 에너지와 에너지 변환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전기, 온수 등을 포함한 소각열에너지의 생산 활동은 연간 원유 5억7천 리터를 대체하고 온실가스 179만 톤을 감축하는 등 탄소중립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순환경제사회로의 이행이 중요 과제로 거듭나고 있는 이 시점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멘트업계로 인해 환경기초시설업계가 고사 직전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환경기초시설업계가 시멘트업계와 전혀 다를 게 없는 환경업임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에서는 시멘트업계에 대폭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은 270ppm이다. 국내 소각로 50ppm보다 5.4배 높고 환경 후진국인 중국 소각로 허용기준 121.7ppm보다 2.2배나 허술하다. 소각시설도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일 100톤 이상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훨씬 많은 양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멘트 제조업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칭되는 사업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놨으니 9개 시멘트 공장이 281개에 달하는 환경기초시설업계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고형연료 사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 사업이었던 고형연료 사업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도입되어 희망차게 출발했지만, 고형연료 제조업체나 사용업체 모두 폐합성수지를 확보하지 못해 말라버린 폐기물 시장을 헤매고 있다. 폐기물을 재이용·재사용·재활용 후 잔여 폐기물을 소각열에너지로 생산하는 소각 처분 업계는 이미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싹쓸이에 지쳐가고 있어 소각로의 불을 끄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지경이다. EPR업계도 시멘트업계의 무분별한 양질의 폐합성수지 싹쓸이에 2018년 64만 톤이던 물량이 42만 톤으로 급감하면서 112개 업체들이 가동 중지 또는 사업장 폐쇄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 시설로 출발한 시멘트업계보다 폐기물처리 목적으로 지어진 환경기초시설업계 시설이 훨씬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오고 있음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자원순환체계에 일대 혼란이 올 것이란 우려감도 제기된다. 수백 종의 폐기물이 각각의 주체에 위탁되어 안전하게 처리 또는 재활용되고 있는 현재의 체계가 무너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함께 환경산업 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속히 정부 차원에서 폐기물처리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안정적인 폐기물 관리 체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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