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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가전략기술에 전략이 없다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른바 'K칩스법')이 지난 22일 여야 합의로 국회 기재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법사위를 거쳐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특법 개정에 따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의 설비 투자에 대한 기본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아졌다. '임시투자 세액공제'가 신설돼 올해는 대중소기업 모두 10%의 추가공제도 받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또한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등 4대 분야 외에 '수소'와 '미래형 이동수단' 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하고, 이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했다.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짧게는 1년, 길게는 약 2년동안 '반도체특별법', 'K칩스법' 등으로 불리며 논란을 거듭해 온 '국가전략기술' 입법 전쟁은 일단락됐다.

앞서 21일에는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다. 조특법과 함께 'K칩스법'의 다른 한 축이었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개정안'도 지난해 12월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연구개발(국가전략기술 육성법), 산업육성(첨단전략산업법), 세제지원(조특법)에 이르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이 완성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0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제1회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핵심 주력산업인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질 국민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성장과 안보 차원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인 ‘전략기술’을 지정해 초격차 선도 및 대체불가 기술확보를 목표로 집중 육성"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정부의 '국가전략기술'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 효과적으로 추진될 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반도체를 앞세운 '국가전략기술'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국가전략기술'이라는 용어는 2021년 세법개정안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기재부는 조특법 개정안에서 기존 2단계 구조였던 통합투자세액공제 조항을 일반-신성장-국가전략기술의 3단계로 개편하고 반도체·이차전지·백신 등 3대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정해 6%(대기업 기준)의 설비투자 세액공제 특례를 부여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세법개정안에서 이를 8%로 상향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이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됐다.

1주일 뒤인 11월 4일 개최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3개 산업, 15개 기술을 별도의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했다.

여기에다 이번에 통과된 조특법 개정안은 세액공제율 상향과 더불어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등 6개를 '국가전략기술'로 정했다. 더욱이 시행령이 아닌 법에 이들 기술을 명시함으로써 대통령, 총리에 이어 국회까지 국가전략기술을 정하는 주체가 됐다.

이처럼 국가전략기술이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복잡해진 1차 원인은 정부 부처 간 칸막이 때문이다. 국회의 상임위 간 칸막이도 그에 못지 않다. 조특법은 기재부(기재위), 첨단전략산업법은 산업부(산자위), 국가전략기술법은 과기부(과방위)가 만든 법이다. 약간의 표현차이는 있지만 세 법 모두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전략기술을 육성한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부처마다 내세우는 명분이야 있겠지만 이름조차 구분되지 않는 정책을 제각각 추진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논의가 주로 세액공제율에 매몰되다 보니 '국가전략기술'을 왜, 어떻게 육성보호할 지 '전략'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다. 특정 산업군에 특혜를 부여하는 이유와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경제효과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보다는 정부나 국회가 경쟁적으로 품목 늘리기에 혈안이다. 부처 입맛에 따라, 정치권의 선거전략에 따라 국가전략기술이 전략적 고민없이 들락날락한다.

이대로라면 또하나의 정책 마케팅 용어로 전락할 게 뻔하다. 지난 정부에서의 성장동력, 신성장동력, 혁신성장동력, 차세대성장동력, 미래성장동력 정책들이 이름만 바뀐 채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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