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증권가에서 수십억원대 연봉자가 쏟아졌다. 실적 부진에도 '연봉킹'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연성과급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9일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8개 주요 증권사 중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작년 총 55억1천826만원을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정 대표를 뒤를 이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51억1천300만원,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39억9천300만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부회장)는 37억194만원을 수령했다.
작년 증권가는 주가 하락과 부진으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 금리 인상 등 업황 부진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국내 58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4조5천131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3%나 감소한 성적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8%로 전년 대비 6.7%포인트 줄었다.
이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배당금을 일제히 축소했다. 삼성증권(3천800원→1천700원), 키움증권(3천500원→3천원), 미래에셋증권(300원→200원), NH투자증권(1천50원→700원) 등이 배당금을 낮췄다. 작년에 유일하게 호실적을 낸 메리츠증권만이 보통주 1주당 100원에서 135원으로 소폭 늘렸다.
처참한 실적, 이에 따른 배당금 축소와 대비되게 수십억대 연봉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연성과급제 덕분이다. 이연성과급제는 성과에 따른 보수를 몇 년에 걸쳐 나눠 수령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단기 성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관행을 막기 위해 시행됐다. 의무적으로 금융권 임원·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 대한 성과보수 40% 이상 3년 이상 이연 지급해야 한다.
'연봉킹' 정 대표의 경우 작년에 급여 8천480만원을 받고 나머지 46억6천945만9천원은 상여에 해당했다. 이 중 복리후생비 1천여만원을 제외한 금액 46억원은 성과급으로, 2021년 41억원, 2020년 17억4천만원, 2019년 2천430만원, 2018년 8천256만원의 성과가 상여로 포함됐다. 최현만 회장 또한 16억6천70만원을 급여로, 34억4천400만원을 상여로 받았는데 이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실적이 이연된 금액이었다.
성과에 따른 보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나, 임원의 과도한 성과급엔 여전히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성과급 이연제도와 문제가 생겼을 때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인해 증권사들이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상황인 만큼 국민 눈높이를 넘어서는 성과급 지급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 불안이 진정되는 시점에는 증권업계가 누리는 '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공유화'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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