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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시장, 테슬라發 '가격 인하' 전쟁…현대차그룹 전략은


올해 美 전기차 판매 확대 지속 전망…효율적 인센티브 정책·판매채널 다변화로 대응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테슬라가 지난달 전기차 가격을 대폭 인하한 데 이어 포드도 가격 인하 대열에 뛰어들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경쟁사에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기보다는 현재 자사 차량에 대한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판매 채널 다변화와 제품, 브랜드 경쟁력을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이 '아이오닉 6'와 'N Vision 7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지난해 11월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이 '아이오닉 6'와 'N Vision 7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데 이어 2위인 포드도 일부 차량 가격을 내리면서 미국 시장에서 가격 정책을 통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을 모델별로 최대 20%까지 낮췄다.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나면서 내린 결정이다.

이후 테슬라는 최근 미국 재무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면서 이달 초 다시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전기차 차량 분류 기준을 개정해 그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테슬라 5인승 '모델Y' 등이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가격 인하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서자 포드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전기SUV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트림별로 최대 8.8%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포드 머스탱 마하E는 차급과 가격에서 테슬라Y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모델이다. 이들 모델은 각각 약 5만5천 달러, 5만4천 달러 수준으로,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약4만5천500달러), 기아 'EV6 롱레인지'(약 4만8천700달러)와도 가격 경쟁이 가능해진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이들 전기차는 IRA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미국 재무부의 IRA 규정 개정으로 최근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테슬라 '모델Y'와 함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현대차그룹도 숨통이 트였다.

기존 IRA는 북미 최종 조립과 부품 및 광물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승용차의 경우 5만5천 달러 이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밴·픽업트럭은 8만 달러 이하여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GV70의 경우 내연기관차가 전고 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SUV가 아니라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배터리 가격 등을 고려하면 5만5천 달러 이하로는 가격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지난 3일(현지시간) IRA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차량 분류 기준을 환경보호청(EPA)의 기업평균연비제(CAFE)에서 연비표시 기준으로 바꾸면서 GV70 전기차도 SUV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가격이 8만달러를 넘지 않는다면 GV70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테슬라가 6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포드는 7.6%로 2위,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이 7.1%로 바짝 뒤쫓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1~2위 업체들이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선 가운데 3위인 현대차그룹의 대응이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IRA 혜택을 받기 위한 현지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은 2024년께나 가능하다. 그때까지 IRA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들에 비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불리한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하 경쟁에 합류하기보다는 현지 생산체계 구축과 판매채널 다변화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우선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과 별개로 기존 내연기관차량 생산 공장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에 구축한 전동화 생산라인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기존 내연기관차량 외에도 제네시스 GV70 전동화 차량이 양산될 예정이다.

기아도 내연기관차량 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내년부터 EV6와 올해 공식 출시 예정인 EV9 등 2종의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울러 현재 5% 미만인 미국 리스 판매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가 IRA와 관련한 추가지침을 공개하면서 북미지역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아의 북미 판매 물량 중 15% 정도는 GT라인으로, IRA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상품성으로 경쟁하고 있고, 리스 등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가격 경쟁에 노출되는 부분은 개인 판매채널의 50% 이하로 보고 있다"며 "이 부분은 탄력적인 인센티브(판매장려금) 정책, 판매 채널 전략 등을 잘 활용해서 생산 현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2024년까지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2배 이상 성장시켜 지난해 약 14% 수준이었던 미국 판매 비중을 올해 22%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미국 시장은 올해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차질 완화에 따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 6' 판매 개시로 지난해 시장 점유율 확대 모멘텀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미국 시장 주력 상품인 '아이오닉 5'는 지난해 2만4천 대에서 올해 3만6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선주문과 견조한 판매세를 볼 때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기존 고객들의 소득 수준을 파악한 결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고소득층 소비자 비율이 경쟁 차종 대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IRA 걱정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는 기존 계획보다 조기에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2024년 전까지 판매와 손익에 큰 영향이 없도록 대외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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