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천안 방문을 시작으로 지역 순회 일정을 재개했다. 이 대표는 현장을 찾아 정부의 예산편성, 검찰 수사의 부당함 등을 설파하는 여론전에 집중했다. 반면 사법리스크 등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山積)한 상황에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지역 방문에 기대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천안중앙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을 만났다. 그는 현장 연설에서 "정부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강자들이 횡포를 부리도록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했다.
특히 자신과 민주당 관련 수사를 의식해 "요즘 이 얘기하다 잡혀가는 거 아닌가, 압수수색 당하는 거 아니냐 하며 말하기 무섭다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우리 사회가 공포감에 젖어 들고 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진국은 많은 돈을 번 힘센 기업에 횡재세라는 세금을 걷는데도 정부는 영업이익을 3천억 이상 거두는 슈퍼 대기업의 세금만 깎으려 하고 있다"며 정부의 감세 정책을 공격했다.
앞서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날부터 이 대표가 현장 방문 일정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예산과 법률, 그리고 정치 탄압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민생 복합 위기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과 다음날(14일) 각각 대전과 세종을 방문해 현장 민심을 청취할 계획이다.
현장 순회가 재개된 상황에서 사법리스크 등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쌓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는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의 측근에 이어 친문·비명계(비이재명계)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사건 월북 판단 의혹'과 관련해 이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조사했으며 14일에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속하는 등 서해 사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전 국정원장은 전날 SNS에 "저는 6.15특사,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을 역임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검찰이 노 전 실장, 박 전 원장 조사를 끝낸 후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예산 협상도 이 대표의 숙제로 남아있다. 여야는 이날도 새해 예산안 관련 합의를 성사하지 못했다. 오는 15일까지 예산 협상이 완료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민주당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제까지 끌 수는 없다. 결론은 여야가 내리는 것이다"며 "양당에 예산안 합의를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현장 순회 재개에 엇갈린 시선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정부·여당의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우리의 처지를 현장에서 알리고 정치탄압 저항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표의 현장 방문 의미도 퇴색되는 면이 있다"며 "국회에서 예산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당면한 현안 대응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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