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난기류를 만났다. 합병 절차에서 최대 분수령이었던 영국과 미국에서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보류되고 추가 심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미 법무부는 75일간 기업결합 심사를 하겠다고 대한항공과 협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말 미 법무부에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달 중순께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기한을 넘기게 됐다.
미국 당국은 양사의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미주 노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확산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 매출의 29%를 차지한 주력 노선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미주 노선이 전체 매출의 약 19%를 차지했다. 두 항공사의 미주 노선 비중이 높은 만큼 양사의 합병 후 독과점 여부에 대해 미국 당국이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이 미주 노선 운항을 확대하면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향후 심사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잘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영국 당국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결정을 보류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한국과 영국 런던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곳밖에 없어 합병할 경우 해당 노선을 한 항공사가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CMA는 대한항공에 오는 21일까지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이 담긴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이후 제출 자료를 토대로 오는 28일까지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거나 심층적인 2차 조사에 들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MA의 발표는 기업결합 심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CMA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심사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영국 경쟁당국과 세부적인 시정조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다"며 "심사를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향후 심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양사의 합병은 모든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마무리된다. 전체 신고 대상은 한국을 포함해 14개국이다. 이중 터키, 대만, 호주 등 9개국의 경쟁당국은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
현재 필수신고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인 영국 등 5개국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항공업계에서는 영국과 미국이 합병 승인을 내리면 나머지 EU, 일본, 중국 측의 통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세계 항공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고, 승인 문턱도 가장 높은 편으로 꼽히기 때문에 합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에 영국과 미국이 잇달아 최종 판단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결합 심사가 남은 5개국 중 어느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 불허 결정을 내리면 인수합병(M&A)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화물 운송 실적은 각각 세계 19위, 29위다. 양사가 합병하면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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