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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을 안했네" 미래에셋 재판서 공정위 호통친 법원


다음 기일 12월 20일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A씨가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이 특수관계인에 귀속된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자 법원은 "공정위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호통쳤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5월 미래에셋 계열사와 미래에셋컨설팅 간에 2015년부터 약 3년간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엔 형사 고발을 진행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발 요청권을 받아들여 검찰에 고발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92%를 보유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기소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사진은 미래에셋센터원. [사진=미래에셋]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기소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사진은 미래에셋센터원. [사진=미래에셋]

◆미래에셋 일감 몰아주기 사건…검찰 "총수 일가 이익 귀속"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독점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미래에셋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담당했던 공정위 직원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미래에셋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에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고 있는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의 이용을 강제하면서 총수 일가에 이익이 귀속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등 계열사에게 골프장 바우처, 호텔 선불카드·바우처 등을 고객 접대 등에 사용토록 할당했다.

또한 임직원 행사·연수 시 블루마운틴CC, 포시즌스호텔을 이용하는 것을 준수하도록 했고, 명절 선물도 골프장과 호텔이 공급하도록 했다.

검찰이 "혁신추진단 소속 직원 PC에 보관돼 있던 '경영전략회의' 자료에 따르면 회장이 '블루마운틴CC를 잘 만들어야 한다. 향후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예상된다. 미래에셋을 훨씬 묵직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골프장을 어떻게 경영하면 좋을 것인지 고민해야한다'고 발언하면서 블루마운틴C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계열사 입장에서 골프장 이용을 독려하거나 종용한 것으로 받아들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봤나"고 묻자 증인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미래에셋이 합리적인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사후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는 골프장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그룹 내 원칙으로 자리잡았으며, 거래조건도 제시된 그대로 수용됐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 측은 그룹 이미지 재고, 브랜드 홍보 효과, VIP 마케팅 활용 등의 목적을 위해 골프장과 호텔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목적에 따라 계열사가 골프장과 호텔을 빈번하게 이용한 것은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공정위가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곧바로 형사 고발을 하지 않은 점도 주요하게 봤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당시 공정위는 과징금 처분 등을 의결하면서 법인과 개인에 대한 고발은 진행하지 않았다"며 "(그룹 차원에서 블루마운틴CC를 지원하라는) 구체적인 지시 혐의를 발견하지 않아 고발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묻자 A씨는 "당시엔 명백하다고 판단하지 않아 고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미래에셋 측은 포시즌스호텔이 2015~2018년 적자를 지속하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면, 적자가 아닌 영업흑자를 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처음 (일감 몰아주기를) 설계할 때도 어느 정도 그룹 차원에서 (호텔을) 돕자는 의도가 있었는데, 운영하면서 갈수록 적자가 심화되다 보니 (계열사에 호텔) 이용 원칙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더 많은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었으나, 계열사 지원을 통해 적자의 규모를 줄였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 임차 운영을 시작한 2015년을 기점으로 계열사 거래 규모에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실제 컨설팅이 운영한 것은 2015년 1월이지만, 그 전부터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를 향후 운영할 것을 고려해) 대규모 거래를 하고 있었기에 거래 규모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증언했다.

◆법원 "공정위 직무유기"

A씨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명시적인 부당 이익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하자 주진암 판사는 "(증인은 미래에셋이 포시즌스호텔의) 적자를 예상했는지, 안했는지 모르면서 증언을 하고 있다"며 "당연히 해야할 일을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주 판사는 "합리적인 고려 없이 상당한 품목을 거래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하면, 이득 규모가 얼마이고 얼마가 부당한 이익인지를 평가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며 "(일감 몰아주기의) 구성요건에서 '합리적 요건 없이 상당한 거래를 했다'면 이것만 따지고, 별도로 부당한 이익을 얼마나 귀속시켰는지 여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래에셋 측의 변론 공세도 이어졌다.

미래에셋 측 변호인은 "(공정위는) 블루마운틴CC에서 그룹 임직원 동계 연수프로그램을 실행한 안에 대해 내부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당시 동계 연수는 전 계열사 직원 3천5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규모가 큰 이러한 행사를 진행할 때 상식적으로 그룹 내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외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질문했다.

A씨는 "순수하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블루마운틴CC를 키우라는) 회장님 말씀이 있었고, 그런 문건이 있었기에 (내부 거래로) 문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인이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 전략실 등을 통해 블루마운틴CC를 지원했다는 내용이 심사 보고서에는 포함됐으나, 이후 의견서에선 삭제됐다. 공정위에서 의결할 당시 그룹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삭제한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A씨는 "의결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아 그것까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그룹 차원의 설계가 없었다면 이 행위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기에 해당 혐의를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아울러 피고인 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컨설팅의 요구사항을 거절하고 각 사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선불카드 구입 등을 결정한 경우도 있다는 점에 대해 질의했고, A씨는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심사보고서에도 작성했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가 고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 사례가 있어 고발이 안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12월 20일이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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