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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변화(Change)→위기(Crisis)→이젠 재앙(Disaster)으로


전 세계, 기후재앙에도 온실가스 저감 밋밋한 대응으로 일관

파키스탄은 최근 폭우로 국토의 3분의1이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파키스탄은 최근 폭우로 국토의 3분의1이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UN은 최근 기후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후위기는 더 자주, 더 심각한 폭염과 산불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흐름은 공기 질을 악화시켜 인류 건강과 생태계 시스템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위험한 폭염을 이렇게 전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에서 영상 46.7도를 기록했다. 연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극심한 폭염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1960년대부터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모니터링과 과학적 연구를 해 오고 있다. 1990년대 이 같은 과학적 성과를 총망라해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고 정의했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기후가 찾아오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2000년대가 되면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기후변화라는 밋밋한 단어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기후위기’가 적절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 지 등은 “우리는 앞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지하기 까지 했다.

유럽은 올해 여름 고온에 대형산불까지 덮쳐 기후재앙 사태를 맞았다. [사진=뉴시스]
유럽은 올해 여름 고온에 대형산불까지 덮쳐 기후재앙 사태를 맞았다. [사진=뉴시스]

몇 년 사이에 이 같은 ‘기후위기’도 이젠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을 봤을 때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이 되고 있다는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 세계에 벌어진 이상기후 현상을 살펴보면 인명 피해는 물론 심각한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특정 대륙이 아닌 전 지구촌에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어 ‘기후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로 곳곳이 잠기고 10명이 목숨을 안타깝게 잃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로 곳곳이 잠기고 10명이 목숨을 안타깝게 잃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사하라 사막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와 먼지 폭풍이 대서양을 건너 수천km 떨어진 남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위성 영상이 확인됐다. 2월에는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사이클론이 연이어 발생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수십명이 숨지고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올해 2월 25일에는 미국 항공우주청(NASA)의 북극 바다얼음(해빙) 규모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인공위성 분석결과 올해 2월 25일 북극의 바다얼음은 약 1천488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렀다. 이는 1981~2010년 평균보다 약 77만 제곱킬로미터 줄어든 규모이다. 77만 제곱킬로미터는 미국의 텍사스와 메인 주를 합친 것보다 조금 큰 규모이다.

올해 4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폭우가 쏟아졌다. 24시간 동안 200~400mm가 한꺼번에 내렸다. 최소한 443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4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5월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이어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 강력한 폭염이 덮쳤다. 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스페인 등은 큰 고통에 휩싸였다.

올해 6월은 북반구에 기후재앙이 찾아온 달이었다. 영국은 전례 없는 폭염이 찾아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유럽의 6월 평균 기온은 그동안 기록상 두 번째로 높았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지구 가열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진단됐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하루 평균기온이 40도를 웃돌면서 재앙을 불러왔다.

미국은 7월에 폭염이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히트(heat.gov)’ 사이트를 공식 출범시켰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측은 “최근 미국을 휩쓸고 있는 극심한 폭염으로 큰 고통과 위협이 되고 있다”며 “히트 서비스는 폭염과 건강에 대한 원스톱 허브를 제공할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의 극한 폭염에 대한 부처 간 워킹 그룹의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매년 만나 온실가스 저감에 나서겠다고 했음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승하고 있다. [사진=NASA]
전 세계 지도자들이 매년 만나 온실가스 저감에 나서겠다고 했음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승하고 있다. [사진=NASA]

올해 8월 파키스탄은 이른 폭염에 이어 전 국토의 3분의1이 잠기는 폭우를 맞았다. 3천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수많은 가옥이 파괴됐다. ‘하늘에서 지옥이 열렸다’고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가 표현할 정도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이상기후는 온실가스 상승에 따른 지구 가열화가 원인이다. 지구가 가열화되면서 곳곳에서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예보 능력도 떨어지면서 ‘기후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길마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 지구가열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3실무그룹 보고서를 올해 승인했다.

반면 전 세계 온실가스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NASA가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419PPM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안면도에서 측정하는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7월 419PPM에서 2021년 12월 426.7PPM으로 증가했다.

안면도에서 측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안면도에서 측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전 세계 지도자들이 매년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를 개최하면서 “온실가스 저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다.

온실가스가 줄지 않는 배경을 두고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누구하나 제대로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는지 감시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이 같은 전 세계의 ‘밋밋한 탄소중립’ 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지구는 더 가열되고 있다. 이제 그 영향은 ‘기후재앙’일 수밖에 없다. 각국의 무책임한 정책과 무관심 등으로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재앙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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