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서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윤석명 전 한국연금학회장은 디폴트옵션이 연금 '부익부 빈익빈'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 전 회장은 8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진행한 아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 모든 부분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연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자산이 많고, 금융지식에 투자할 여유가 많은 사람들은 연금에서도 추가 수익을 얻고 있는 반면, 생업에 바쁜 대다수 직장인들의 퇴직연금은 방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고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주식시장은 대세 상승기도 있고 침체기도 있지만, 10년 기간을 놓고 본다면 대체로 우상향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서 활동 여력이 많은 30·40대 근로자들이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타겟데이트펀드(TDF) 등과 같은 주식형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한다면, 수익률이 전체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투자 성향에 따라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현재 퇴직연금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상품 중심으로 운영돼 은행 예금 수준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통한 노후 소득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IRP)에 적용된다. 지난달 시행이 확정돼 실제 도입은 적격 상품 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경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디폴트옵션이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상품 선택지가 좁혀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는 디폴트옵션에 도입될 수 있는 연금 상품이 너무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적격 상품은 시장에서 최소한의 퍼포먼스(수익률)를 보인 상품을 중심으로, 적은 숫자로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회사가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고자 할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사 등)가 당국의 승인을 받은 적격 투자상품을 제시하고 이 중 회사가 1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는 근로자는 회사가 선택한 상품에 자동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엔 연금 사업자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적격상품 10개 내외를 회사에 제시하면, 회사는 상품을 복수 선택하고 근로자는 이 중 하나를 선택 하도록 돼 있다.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근로자 개개인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불구하고 연금이 방치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윤 회장은 디폴트옵션 도입이 연금 사업자의 퇴직연금 운용 방만을 해결할 수 있는 '메기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의 은행·보험사 등이 상품 발굴에 힘쓸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 수익률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예금 이자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퇴직연금의 수수료 수익이 국민연금보다 많아졌다는 통계가 있다. 퇴직연금이 낮은 수익률로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중간에서 이득을 챙겼다는 의미"라며 "디폴트옵션 도입이 금융사들간의 경쟁을 촉발해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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