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퇴직연금](上) 디폴트옵션 도입 왜?
[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300조원에 달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격변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현행 퇴직연금 제도의 문제로 지적됐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오는 12일부터 도입된다.
그간 퇴직연금 제도는 안정형 위주로 설계돼 있어 다른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여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직장인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퇴직연금 제도가 일부 금융사만을 배불려 주는 방치된 연금 제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 디폴트 옵션이 뭐길래?…10월께 적용 상품 출시 전망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 없이도 ‘회사와 운용사가’ 사전에 지정한 조건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최초 가입했거나 기존 운용지시한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뒤에도 일정 기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된다.
금융상품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기 위한 제도다. 디폴트 옵션 제도를 활용하면 별도의 전문지식이나 운용지시 없이도 적립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주로 미국, 호주 등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형)이 발달한 국가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다.
퇴직연금 방치를 막기 위한 관계 법안의 정비는 문재인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부처 합동으로 ‘노후대비 자산형성 지원방안’을 통해 디폴트옵션 도입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디폴트 옵션 제도를 담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퇴직연금의 문제점을 보완할 장치가 생긴 셈이다.
디폴트 옵션 제도의 적용일은 오는 12일이다. 하지만 실제 상품에 적용되는 시점은 10월 중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10월 중에는 첫 번째 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을 공시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누리집)와 금융감독원(통합연금포탈)은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간 경쟁 제고를 위해 디폴트 옵션의 운용 현황과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공시할 예정이다. 또한 관계 당국은 사전지정운용방법을 3년에 1회 이상 정기 평가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한다.
◆ 디폴트 옵션, 적용상품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6%(255조원)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이었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6.4%였다. 퇴직연금의 시의 적절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디폴트 옵션에 들어갈 상품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다
기준점은 4주다. 4주간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 투자자는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2주 이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해당 적립금이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된다'는 통지를 받게 된다. 통지 후에도 2주 이내에 지시가 없을 경우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된다.
디폴트 옵션 적용 영역은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다. 확정급여형(DB)은 회사가 퇴직연금의 운용 손익을 떠안고 퇴직금을 고정적으로 지급해 대상에서 제외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20년 대비 40조원 늘어난 296조원”이라며 “제도 종류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 172조원) 적립금은 전년대비 11% 증가했고, 확정기여형(DC 78조원)은 16%, 개인형 퇴직연금(IRP 47조원)은 35% 증가하면서 DC형과 IRP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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