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누리호의 비상을 기대하며 내놓은 문구이다. 힘차게 하늘로 치솟아 우주로 나아가 미래를 열어젖히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굳센 각오를 표현하고 있다.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 가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15일 오전 무사히 발사대에 잘 기립해 있던 누리호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오후 2시쯤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기립해 있던 누리호에서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문제가 파악됐고 다시 발사체종합조립동으로 이송했다”며 “파악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차기 발사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화제 레벨 센서 문제 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누리호는 모든 센서에 대한 상태와 기능 점검을 사전 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사전점검은 전기적으로 수행한다. 산화제 레벨 센서 점검은 산화제 주입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 사전 점검과정에서 산화제 레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산화제를 주입했을 때 어느 정도 충전됐는지 측정값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15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아침부터 누리호 이송, 발사대 기립 등 발사를 앞두고 사전점검에 나섰다.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1차 발사에서 고도 700km까지는 나아갔는데 3단 엔진이 빨리 종료되면서 위성모사체를 제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3단 엔진이 종료됐을 때 속도는 초속 7.5km에 이르러야 한다. 1차 발사는 이 속도에 미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완벽한 성공’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날 오후 2시 쯤,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이상이 감지된 것이다.
원래 발사일은 15일 오후 4시였다. 14일 누리호를 이송해야 하는데 강풍으로 발사가 하루 연기됐다. 또 다시 기술적 문제로 연기되면서 연구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이 같은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발사 현장 취재를 위해 오전 9시20분쯤 오송역에서 KTX를 타고 11시 20분에 순천역에 내렸다. 순천역에서도 나로우주센터까지는 버스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한다.
취재진들을 태운 버스가 나로우주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경찰관들이 버스에 올라 수십명의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누리호 2차 발사’라는 비표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어 취재진을 태운 버스는 출입 통제선을 지나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 도착했다.
프레스센터에는 이미 도착한 취재진 등 100여명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이다. 2013년 성공한 위성발사체인 나로호와 차원이 다르다. 나로호는 러시아와 합작품이다. 이때의 기술력과 경험이 누리호 개발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5일 오후 3시 30분에 누리호 준비 현황에 대해 관계자 브리핑을 하겠다고 사전 공지했다. 이어 시간이 가까워오자 갑자기 “발사 준비과정에 점검할 일이 생겨 브리핑을 연기한다”고 알렸다.
취재진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웅성거림이 프레스센터에 한 순간 들리기도 했다. 브리핑 시간은 계속 연기됐고 마침내 오후 5시 15분 부장급에서 항우연 원장과 고정환 본부장이 직접 브리핑을 한다고 알렸다.
기자들 사이에 ‘사태가 심각한 것 같다’는 웅성거림이 또 다시 프레스센터를 휩쓸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5시 15분쯤에 프레스센터에 모습을 드러낸 고정환 본부장은 “누리호 사전점검과정에서 산화제 레벨 센서에 이상이 감지됐다”며 “기립한 상황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시 조립동으로 누리호를 이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15일 저녁 늦게 조립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6월 안에 발사할 수 있을지 조차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완벽한 안전과 성공적 발사를 위해 다시 누리호를 조립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파악된 문제점을 정확하게 해결한 뒤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다음 발사일을 결정한다.
100여명의 취재진과 부스까지 설치하고 생중계를 계획하고 있던 방송사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 가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나로우주센터에 내걸린 대형 태극기만이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로우주센터(고흥)=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