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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민간 외교관' 이재용, 평택서 빛났다…더 커진 '역할론'


바이든-尹 직접 소개하며 "美와 긴밀한 관계 유지"…재계 "이재용 족쇄 빨리 풀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공장을 직접 안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직접 양국 정상을 대상으로 소개하는 한편,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면모도 여실히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이 부회장은 양국 정상을 만나기에 앞서 이날 오후 4시 54분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사무동을 점검했다. 4시 55분에는 사무동 로비에 반도체 시제품이 나열됐으며 양국 정상이 사인할 삼성전자 3나노 웨이퍼도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시제품 테이블 뒤쪽에 마련된 디지털 보드에는 영어로 '웰컴 투 평택캠퍼스'라는 문구도 기재돼 있었다.

이후 오후 5시 54분에는 윤 대통령이 사무동에 도착해 이 부회장이 영접했다. 윤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악수를 나누며 "진작에 왔어야 했는데"라고 말한 후 둘이 함께 오른편에 마련된 대기실로 이동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후 6시 11분께 사무동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한 후 디지털 보드 앞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또 윤 대통령, 이 부회장과 함께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반도체 시제품을 살펴봤다.

이처럼 한미 수장의 동시 방문은 전례 없는 삼성 창사 이래 최대 행사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평택캠퍼스가 향후 한미 양국 협력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찾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5월 착공해 2017년 7월 첫 생산라인(P1)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P2는 2020년 가동에 들어갔고, P3가 2020년 4월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P3는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다. P1에선 메모리를, P2에선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품이 생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을 첫 행선지로 택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동맹, 즉 경제 안보 공조를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된다. 업계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일정에 미국의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 등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미국에 있지만, 칩을 생산하려면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 역시 서버 확충을 위해선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양국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밀접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용산이 아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첫 일정으로 택한 것은 한미가 '반도체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자국 내 제조시설 확충을 추진해왔다는 점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움직임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더 주도권을 가지는 한편, 삼성전자 측에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달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회의를 소집, 웨이퍼를 직접 손에 들고 대미 투자를 독려한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이후 같은 해 5월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날 반도체 회의에도 삼성전자를 포함시킨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공급망 대책회의에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참석 대상에 넣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태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삼성이 2공장 착공 일정을 구체화할 수 있을 듯 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현장 행보는 미 의회에 반도체 등 핵심 산업분야 투자를 위한 혁신법안 처리를 촉구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두고 재계에선 삼성뿐 아니라 총수인 이 부회장이 양국간 협력을 더 긴밀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부회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더 활발히 해주길 기대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하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17일에는 주한 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해 주목 받았다.

지난해 말 미국 출장에서도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모더나, 버라이즌 등 여러 기업의 경영진들을 직접 만나 바이오·차세대 통신·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과 관련해 성과도 보였다. 워싱턴에선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도 잇따라 면담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당시 이 부회장은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2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최종 확정하며 미국 출장의 대미를 장식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올해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20조원으로,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소식을 알리며 "평택 공장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립 중인 새 공장의 모델"이라며 한미 동맹이 미국 제조업 투자와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고 공급망을 강화하며 미국 중산층을 위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한일 순방을 목적으로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한일 순방을 목적으로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또 이 부회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윤 대통령과 함께 평택캠퍼스를 둘러본 후 이들이 연설하기 전에 직접 소개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라고 할 수 있는 평택캠퍼스에 와 주셔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환영한다"며 "삼성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과 아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는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인터넷의 접근과 데이터베이스 활용을 반도체를 통해 하고 있다"며 "모든 첨단 기술은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에 기인하는 만큼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삼성은 미국, 전 세계 각국과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지금 여러분에게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소개해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고용과 투자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맞이하며 현장 경영에 나서는 등의 모습을 보이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을 사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가석방 상태로 해외 출장을 가려면 법무부 승인을 거쳐야 하는 데다 매주 목요일과 3주에 한 번 돌아오는 금요일마다 재판에 출석하는 등 현장 경영에 제약이 많다"며 "자신의 신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양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직접 현장 리허설을 진행하며 의전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미국뿐만 세계 각국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반도체가 국가기간산업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삼성 컨트롤타워인 이 부회장의 리스크를 빠른 시일 내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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