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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영상] 인류,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


지금의 기후변화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300만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호모 종이 출현했다. 기후가 냉각되고 뚜렷한 빙하기 주기가 발달하면서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유일한 생존 종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종으로 다양화됐다. [사진=IBS]
300만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호모 종이 출현했다. 기후가 냉각되고 뚜렷한 빙하기 주기가 발달하면서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유일한 생존 종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종으로 다양화됐다. [사진=IBS]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류는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년 이상 적응하면서 생존을 이어온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짧은 기간에 급격히 변하고 있는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할 수 있는 연구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만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와 식량 자원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파악됐다. 200만~100만 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 기후 조건을 선호해 특정 지역에만 서식했다.

80만년 전의 ‘큰 기후 변화’ 이후 호미닌 종의 하나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했다. 이 덕분에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큰 기후변화’는 약 100만~80만년 전후를 기점으로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약 4만1천년에서 10만년 주기로 바뀌며 더 춥고 오래 지속되는 방하기를 발생시켰던 기후 변화를 일컫는다.

연구팀은 다른 호미닌 종이 접촉해 같은 서식지 내에 혼재 할 수 있는지도 조사했다. 5가지 호미닌 집단의 족보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전 아프리카 개체군인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매우 비슷한 결과물을 얻었다.

200만년에서 100만년 전 초기 아프리카 호모 집단은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좁게 기후 서식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네안데르탈인의 서식지는 유럽지역에 주로 집중돼 있었다. 약 80만~16만 년 전 존재했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의 리프트 밸리, 유라시아 지역에 살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 연구팀이 독일, 스위스 연구팀과 함께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4일 내놓았다.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제시돼 왔었다. 인류화석 유적지 근처의 기후와 관련된 자료가 부족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오랜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기후모델링, 인류학, 생태학 전문가 연구팀을 구성하고 다각적 측면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단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동(밀란코비치 이론에 의한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로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을 변화시켜 기후 변화를 일으킴)’을 강제력(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의 영향력)으로 이용해 기후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과거 2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공동 연구를 통해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천200개 지점의 인류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 편집본을 만들었다.

기후 자료와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들을 결합해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호모 사피엔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에렉터스, 호모 에르가스테르와 호모 하빌리스)’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연구팀은 고대 인류종이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서식지가 2만1천년에서 40만 년까지의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됐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BS 윤경숙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지난 200만 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대륙 빙하의 증감, 과거 온실 가스의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 반응과 약 100만~80만년전 발생한 빙하기와 간빙기 주기의 뚜렷한 기후 변화를 담아냈다.

유라시아로 광범위한 종의 이동이 있었고 매우 건조하고 추운지역 환경에 인류는 적응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인류종은 뇌의 크기가 증가하고 더 정교한 석기와 불 통제 능력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 성과(논문명: Climate effects on archaic human habitats and species succession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4월 14일자에 실렸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IBS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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