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하림이 정호석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사상 처음으로 내부 출신을 수장 자리에 앉혔다. 닭고기 가격담합,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연초 윤석춘 전 대표의 사임 등 최근 잇단 논란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다.
30일 하림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정호석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하림은 김홍국 회장과 정 신임대표 투톱 체제로 전환한다.
정 신임대표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1989년 하림에 입사해 회계, 재무, 감사, 육가공·신선 영업마케팅, 기획인사 등 실무를 두루 거쳤다. 이후 기획조정실장, 생산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CFO, CISO) 등을 역임하며 하림 36년 역사 중 33년을 함께한 정통 '하림맨'이다.
하림에서 내부 출신으로 대표 자리에 오른 건 정 신임대표가 처음이다. 최근 잇단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하림이 내부 출신을 수장으로 앉혀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림은 지난해 말 프리미엄 라면 사업을 이끌던 윤석춘 전 대표가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돌연 사임한 이후 김홍국·박길연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회사 측에선 윤 전 대표의 사임과 관련해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선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야심 차게 출시했던 장인라면이 부진하자 윤 전 대표가 책임을 떠안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대표는 CJ씨푸드 대표, SPC삼립 대표 등을 역임한 식품업계 전문가로, 지난 2018년 하림에 합류했다. 그 공백을 이번에 내부출신 정 신임대표가 채우게 되면서 라면 등 신사업에 역점을 뒀던 하림그룹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내부 출신 대표이사 발탁으로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의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도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물품 고가매입과 통행세 수취, 주식 저가 매각 등을 통해 총수 2세가 지배하는 계열사 올품을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48억8천800만원)을 부과했다. 올품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작년 12월에는 경찰도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김 회장 일가를 배임 등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닭고기 가격 담합 논란도 정 신임대표의 숙제다. 지난 16일 공정위는 12년 동안 치킨 등에 사용되는 육계 가격과 생산량 등을 담합한 혐의로 하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6억2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에 적발된 신선육 제조·판매업체는 하림과 하림지주, 올품 등을 포함한 16곳이다. 이 중 하림 총수 김 회장의 장남 회사인 올품은 과거에도 법 위반 전력 등이 있어 검찰 고발됐다.
하림 관계자는 "30년 넘게 재직한 정호석 신임 대표이사는 계열화 사업에 잔뼈가 굵고, 남다른 현장 경험과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아 대표이사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정호석 신임 대표는 "농가·거래처와의 상생을 통해 동반성장 확대와 함께 가금·식품산업 발전을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하림으로 만들겠다"며 "모든 일은 실사구시를 추구하고, 공정하고 합리적 사고로 상생·동반성장하는 하림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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