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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이제는 발명가 꿈꾼다 [IT돋보기]


'다부스 사건'은 진행형…"아직까지 AI 발명자 인정 어려워"

[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2016년 등장한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바둑 대결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면 2018년 '다부스(DABUS)'는 전 세계를 뒤집어놨다. 미국의 스티븐 테일러(Stephan Thaler)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음식 용기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AI는 발명 도구에 불과하다는 입장과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국의 스티븐 테일러(Stephan Thaler)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음식 용기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스티븐 테일러(Stephan Thaler)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음식 용기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진=픽사베이]

◆ 발명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연인'

지난 23일 특허청이 발표한 '인공지능과 지식재산백서' 보고서에 따르면 AI 발명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발명인 'AI 코어 발명' ▲AI를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이용한 'AI 응용 발명' ▲AI가 발명 과정에 적극 개입하거나 독자적으로 수행한 'AI에 의한 발명' 등으로 나뉜다. 코어‧응용 발명은 특허법으로 보호가 가능하지만 AI에 의한 발명은 현재 논란의 여지가 있다.

AI 발명 현황 [사진=특허청 보고서 ]
AI 발명 현황 [사진=특허청 보고서 ]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발명자로 인정했을 경우 특허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쟁점이다. 특허법 제2조에서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매우 높고 뛰어난 것'을 발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같은 법 33조에 따르면 '발명을 한 자'란 발명행위를 한 사람을 뜻하며, 발명자 혹은 승계인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국내를 비롯해 현재 대부분 국가의 특허법에는 AI 자체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산업재산권보호협회(AIPPI)도 2020년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프로그램의 일종인 AI는 '자연인'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저작권법 제2조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뜻하며,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으로 정의된다. 2002년 특허법원 판례는 '창작 행위에 현실로 가담한 자연인'을 발명자로 적시하고 있다.

특허청은 보고서를 통해 "실제 AI가 발명을 한 것인지 혹은 인간이 설정한 틀 안에서 결과물만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며 "아직까지는 AI가 스스로 발명한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발명자와 권리자 인정 여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민법 개정을 통해 AI에 법인격을 인정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 호주서 발명자 인정받은 'DABUS'…논란은 여전

'AI가 수행한 발명'을 둘러싼 논란은 2018년 스티븐 테일러 박사로부터 시작된다. 테일러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가 음식용기 등을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 16개국에 특허를 신청했다.

테일러 박사는 다부스가 프랙탈 구조의 음식용기와 깜빡인 패턴의 램프 두 가지를 인간의 개입 없이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부스가 일반적인 발명 지식을 학습한 후 독자적으로 창작했으며, 개발자도 모르는 전혀 다른 성격의 2가지 제품을 개발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부스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 출원 내용 [사진=특허청 보고서 ]
다부스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 출원 내용 [사진=특허청 보고서 ]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유럽의 특허청은 현행 특허법상 자연인인 인간만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테일러 박사의 특허 신청을 거절했다.

한국 특허청은 다부스 특허문헌에 AI가 어떻게 발명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과 외부 검증 부재 등을 이유로 다부스를 '실제 발명할 수 있는 AI'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허청은 "다부스의 뉴런집합체에서 뉴런체인이 만들어졌어도 뉴런체인으로부터 어떻게 발명품이 만들어지는지 관련 설명이 부재하다"고 판단했다. 다부스는 인간의 대뇌를 모방한 뉴런집합체와 시상을 본뜬 시상봇으로 구성됐다.

인간의 대뇌와 다부스 구조 비교 [사진=특허청 보고서]
인간의 대뇌와 다부스 구조 비교 [사진=특허청 보고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테일러 박사의 특허 신청을 거절했지만 지난해 7월 남아공과 호주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선 남아공 특허청은 음식용기 관련 다부스 출원에 대해 세계 최초로 특허를 부여했다.

남아공 특허법에는 발명자가 자연인이라는 규정과 판례가 없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 특허청은 "남아공 특허는 발명자 적격성 등 실체 심사 없이 방식 심사만 거쳐 등록된 것으로 AI 발명자를 공식 인정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세계 최초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허법상 발명자를 나타내는 '인벤터(Inventor)'는 의미에 따라 '발명하는 물건'으로도 해석 가능하다는 점과 발명자가 반드시 인간이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허권은 AI 소유자인 테일러 박사에게 귀속됐다고 봤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법원에서도 해당 사건이 계류돼 있다.

한국 특허청도 지난해 8월 산업계·학계·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AI 발명 전문가 협의체'를 발족하고 국내‧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AI 발명에 대한 법적 보호 방안 연구' 결과 AI는 독자적인 발명자는 될 수 없지만 인간의 도움을 받는다면 사안에 따라 공동 발명자 역할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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