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 김포 조선왕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건물을 지은 건설사에 사실상 아파트 상층부 철거로 결론을 내렸다. 건설사들은 즉각 반발하며 소송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애꿎은 입주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는 전날 궁능·세계유산 분과 합동회의를 열고 대방건설에 아파트 상층부 층수를 낮추라는 요구 내용을 의결하고 건설사가 제출한 건립 현상변경 신청을 보류시켰다. 건설사가 2주 안에 문화재위 요구가 반영된 새 개선안을 제출하면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같은 내용으로 공사중단 명령을 받았던 다른 두개 건설사(대광이엔씨, 금성백조)는 심의 직전인 지난 8일 문화재위에 냈던 현상변경 심의신청을 전격 철회했다. 문화재위의 심의를 부정하고 행정조치를 비롯한 소송에 나서겠다는 의도에서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9월 말 이들 건설사 44개동(3천400여세대) 아파트 공사 중 19개동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들 건설사 모두 공사중지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대방건설 측의 가처분 신청만 인용됐다. 이로써 2개 건설사의 아파트 공사는 중단됐다.
3개 건설사들은 장릉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개선안에서 아파트 외벽 색상과 마감 재질 등만 언급했다. 문화재 경관을 가리는 이들 아파트 일부 층수 철거는 거부했다. 하지만 문화재위는 이들의 개선안을 거부하고 아파트 일부 층수 철거가 아니면 문화재 가치는 하락한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위는 소위를 구성해 가상모형 실험(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당초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대 58m 높이의 거대 수목이 필요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등에 자문한 결과 고층아파트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확인했다.
이들 아파트를 철거해야 한다는 강경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문화재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건물을 지은 사례가 처음이어서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무허가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답변하기까지 했다.
건설사는 일부 층수도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아파트 조성부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 사업을 승인한 인천 서구청 모두 잘못이 없다며 문화재청에 공개적으로 맞섰다. 서구청은 "해당 부지는 2014년 이미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허가를 완료했다"며 "무허가라는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문화재청 심의를 거부하면서 결국 최종 판단은 법원의 손에 달렸다. 내년 1월은 대광이엔씨, 3월은 금성백조의 공사중단 행정소송이 본격화한다.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주면 공사가 재개되면서 입주가 가능해지지만, 문화재청이 불복할 경우 최종 확정판결까지 입주는 불가능해진다.
결국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입주민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까지 진행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까지 해당 아파트들을 부실사업장으로 규정하고 대출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수협은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중도금 대출중단을 결정했다.
해당 3개 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김포 장릉 피해 입주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문화재청, 인천도시공사, 서구청, 건설사의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입주예정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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