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힙입어 후공정(OSAT) 업체들의 매출이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를 한 데 묶어 성능을 높이는 패키징이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상위 10개 후공정 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88억9천만 달러(약 10조5천억원)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전력 배급, 부품 부족 등의 영향이 있었지만 노트북, 스마트폰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후공정 업체들의 3분기 매출이 증가했다"며 "4분기 이후의 성과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 과정은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으로 나뉜다.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이를 웨이퍼에 새기는 것이 전 공정, 이후 웨이퍼에 새긴 칩을 잘라서 절연체로 감싸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배선을 까는 작업 일체를 후공정 작업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반도체를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패키징도 후공정의 일환이다.
후공정 매출 1위인 대만 ASE는 패키징 선전으로 3분기에 매출 21억4천800만 달러(약 2조5천억원)를, 미국 앰코는 16억8천100만 달러(약 2조4천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1.3%, 24.2% 증가한 수준이다.
3위 중국 JCET는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문 증가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12억5천200만 달러(약 1조4천억원)를 기록했다.
대만 SPIL은 4위 PTI는 5위를 차지했다. SPIL은 퀄컴의 주문 덕분에 매출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10억3천600만 달러(약 1조2천억원)로 집계됐다. PTI도 패키징 사업 덕분에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8억2천만 달러(약 9천700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후공정은 대만, 중국 등 중화권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패키징이 대세가 되면서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도 잇달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효율적인 전력 공급,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구동시키기 위해선 패키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패키징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온양 사업장을 방문해 패키징 사업에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로직 칩과 4개의 고대역 메모리(HBM) 칩을 하나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I)-큐브4'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복수의 칩을 1개의 패키지 안에 배치해 전송 속도는 높이고, 패키지 면적은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I-큐브4에 이어 최근엔 HBM을 6개 이상 탑재 가능한 'H-큐브'를 개발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TSMC도 패키징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SMC는 2012년부터 CoWoS(Chip-on-wafer-on-substrate)를 개발해 4개의 28nm 칩을 통합한 패키징 기술을 선보였다. 현재 5nm 공정 양산을 위한 패키징을 개발 중이다.
인텔은 '포베로스 옴니', '포베로스 다이렉트' 패키징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인텔은 이를 2023년 이후 양산해 적용할 계획이다. 포베로스 기술은 웨이퍼에서 칩을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짓듯 위로 칩들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인텔 관계자는 "패키징 분야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가져가겠다"며 "이를 위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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