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급속한 노령화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범위한 공공일자리 창출이 노동시장의 관행으로 고착되면 고령 노동자들이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돼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OECD 한국 이코노미스트로 역임한 크리스토프 앙드레(Christophe André) 담당관은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공공일자리 확대정책은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한국에 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의 확장재정에 대해선 "빠른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은 적절하다"면서도 "그러나 정책의 결과로 광범위한 공공일자리 창출이 노동시장의 관행으로 고착하면 고령 근로자들이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량의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가 앞으로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며 "평생교육, 더 유연한 노동시장 규제 등을 통해 민간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앙드레 담당관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 되는 상황에서 재정·노동 등 거시경제와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내년 출범할 새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 시사점을 짚어보는 취지로 구성됐다.
앙드레 담당관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으로 기업간(대기업vs중소기업), 산업(제조업vs서비스업)간 생산성 격차를 꼽았다. 또 보다 나은 인적자원의 배치(allocation)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정책이 유연성과 노동자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유럽 경제에도 정통한 앙드레 담당관은 "북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직업이 아니라 노동자 자체의 보호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현재의 고용 보호는 유연해져야 하며 동시에 실업 시 실업수당을 통한 효과적 보완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등 사회 변화에 맞게 노동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균형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 혼란 해결을 위해선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앙드레 담당관은 "집값 안정과 주택 수요 충족의 열쇠는 공급 확대"라며 "특히 차기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로는 건설규칙 완화가 민간부문에 의한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다른 OECD 국가 대비 과도하지 않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특히 1990년대 초반 이어진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며 "그 이후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는 금리 하락과 맞물려 현재의 가격 상승과 투기 확대로 이어져 현재의 시장 혼란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앙드레 담당관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주축인 기업들의 활력이 둔화되고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 되는 문제는 강력한 '시장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앙드레 담당관은 "한국의 제품시장 규제는 OECD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라며 "특히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 있어 국가의 관여가 광범위하고 서비스 및 네트워크 분야 장벽이 높은 데다 무역·투자 측면 애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Product Market Regulation, 2018)에 따르면 한국은 1.69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40이다. 또 무역통상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서비스 수출 비중은 13.8%로 1위인 영국(46.3%)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서비스시장의 연평균 성장률도 0.6%로 세계 평균(3.8%)보다 한참 뒤처진다.
더불어 앙드레 담당관은 경제와 산업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을 산업 강국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지식·서비스 기반 경제로 발전할수록 더 가볍고 유연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앙드레 담당관은 "차기 한국정부가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우선시해야 할 정책으로는 규제 단순화, 국가간 자유 무역 협정 확대, 규제샌드박스, 규제 자유구역 등 실험적 규제 개혁 시스템"이라며 "이를 성공할 경우 법제화해 영구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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