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미디어 환경변화와 치열한 시장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 왜곡된 시장 구조를 개선시켜야 할 절실한 골든타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는 콘텐츠 거래구조 정상화다.”
이호석 CJ ENM 전략지원담당은 31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사장 김기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원장 정한근), 한국전파진흥협회(회장 황현식)가 주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가 공동으로 후원하는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 4차 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사회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상콘텐츠 산업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영상콘텐츠 사업의 고용유발계수는 주요 제조업의 약 3배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다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글로벌 OTT 및 콘텐츠 사업자들의 공격적 투자와 아시아 시장 내 진출 가속화가 국내 영상 콘텐츠 사업자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콘텐츠 제작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주 수입원인 광고 수입료는 감소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사용료는 제작비의 3분의 1에 불과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어렵다 하소연하고 있다.
즉, 해외 플랫폼 및 콘텐츠 사업자와 겨룰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나 콘텐츠에 대한 제값받기가 어려운 국내 사정을 감안했을 때 글로벌 사업자의 종속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 거래구조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호석 담당의 설명이다.
그는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계약은 기약없이 후일로 미뤄지는 기이한 계약 구조가 공존하고 있다”라며, “계약 체결 없이 프로그램을 먼저 송출해야 하니,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고 그에 다른 제작비나 정당한 프로그램 사용로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콘텐츠를 공급한 후에도 적정한 프로그램 사용료를 사전에 알지 못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의 시장환경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콘텐츠 제작 능력의 저하로 인한 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뤄진다”며, “정당한 대가를 통한 상호간의 협의가 안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플랫폼 사업자가 전체 매출의 60~70% 가량을 제작사비 지급하고 있으나 국내서는 대표적으로 IPTV 사업자가 85%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매출의 25% 가량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이 담당의 지적이다. 플랫폼으로부터 제작비 회수가 어려우니 광고나 협찬 등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합리적인 프로그램 사용료 책정을 위해서는 콘텐츠 시청 데이터에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담당은 “우리 콘텐츠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 이용자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국내 콘텐츠 거래 구조 정상화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을 나타냈다. 사회자로 나선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해외는 제작 시스템이 선진화되서 움직이지만 우리는 시스템 자체가 낙후돼 있다”라며, “어서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하지 않는가라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해석했다.
김정현 고려대 교수 역시 “프로그램 대가를 놓고 뺏고 뺏기는 것보다는 동반자로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되도록 빨리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가 한데 모여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족한 방송채널대가산정위원회에서 좀비 PP의 퇴출이나 채널 평가에서 투자 요인을 고려하는 정책 개선에 대해 의미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콘텐츠 수익 배분 문제와 불투명성을 극복해야 하고, 이와 관련 정책 당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거래 구조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유료방송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유료방송 ARPU(가입자당평균수익)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이 과제를 포기할 수 없다”라며, “투자를 열심히 하는 PP에게 정당한 몫을 배분해주고 이를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당장 유료방송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낮은 ARPU를 홈쇼핑 송출 수수료로 지탱하고 있으나 이런 상태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두가 회의적이다”고 덧붙였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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