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2030년 탄소 배출량 정점,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목표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두고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에 나선 양상이다. 그 일환으로 자국 내 탄소 배출량이 높은 철강 산업 규제에 나서면서 2060년 탄소중립 실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들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 하반기에도 국내 철강사 견조한 실적 유지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자국 철강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일 자로 연강판·아연도강판·레일 등 23개 철강제품에 적용되던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5월에 열연·철근·후판 등 146개 철강제품 수출 시 환급해줬던 증치세를 폐지한데 이은 추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증치세란 중국 정부가 중국 철강사들이 철강제품을 수출할 때 부가가치세 13%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수출 장려 차원에서 운용하던 제도였다. 하지만 이를 폐지함으로써 자국에서 생산하는 철강제품 수출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리고, 동시에 생산량까지 감축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올해 조강(쇳물)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압박에 나서고 있는 등 자국 내 탄소 배출량의 10~20%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 규제를 통해 206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8천679만 톤으로. 일평균 조강생산량이 전월 대비 10.5% 감소했다. 이와 같은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철강제품 수출증치세를 폐지하면서 수출돼야 할 물량이 줄어들자 중국 철강제품 감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인 것.
여기에 수출증치세 적용 품목 확대를 통한 수출과 생산 억제에 재차 나서면서 중국 철강사들의 감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철강제품 생산을 억제하고 급등하는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열연과 냉연제품 등에 대한 수출 관세를 10~2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수출 관세 인상이 8월 이후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계속 떨어져 국내 철강제품 수요 호조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철강사들의 견조한 실적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의 감산조치로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건설·조선 등 전방 산업 국내 수요가 강하다는 것을 인지, 조선·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주 고객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 공급 부족 우려로 정책 강도 낮아질 수도
국내 철강사들의 중국발 감산조치 영향으로 인한 하반기 실적 견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중국 정부의 감산과 수출 축소 유도 정책에도 중국 내 철강제품 공급 부족 우려로 정책 강도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전방 산업 수요 회복으로 철강제품 수요가 증가, 철강제품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철강사들이 중국 정부의 높은 기대치만큼 철강 생산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최근 중국 경기 모멘텀 둔화 조짐에 더해 중국 일부 지방정부들이 탄소중립 계획 추진으로 경제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내 철강사 반사이익이 감소로 이어질 각종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수준의 조강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5천만 톤 이상의 감산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감산 규모가 이보다는 축소될 가능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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