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네이버 '제페토'가 국내외 기업들의 마케팅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젊은 층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와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 신한카드 등 국내 기업들을 비롯해 구찌, 크리스찬 디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잇따라 제페토와 손잡고 메타버스로 진출했다. 이들 모두 제페토 쪽에 먼저 입점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사의 주력 제품을 가상 형태로 제페토에 구현하거나 가상 공간을 마련해 이용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부터 제페토에 '삼성 갤럭시 하우스'를 개설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페토를 활용했다. 도쿄올림픽 관련 각종 비디오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갤럭시 하우스 최상층에는 'BTS 셀피존'이 운영돼 글로벌 방탄소년단(BTS) 팬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쏘나타 N 라인'을 가상 공간에서 시승할 수 있도록 했다. 다운타운과 드라이빙 존에서 시승이 가능하며 다양한 포토 부스도 마련해 이용자들에게 '쏘나타 N 라인'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KT도 지난달 말 야구단 KT 위즈의 홈구장인 '수원 KT 위즈 파크'를 제페토 내에 구현했다. KT 위즈 홈경기 시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라이브 팬미팅이 진행되며 가상 세계에 구현된 야구장 내부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다.
다수 패션 브랜드들은 이용자들이 제페토 내 상점에서 직접 자신들의 상품을 아이템 형태로 살 수 있도록 했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은 자사 메이크업 디렉터가 구현한 메이크업 세트를 이달 출시했다. 실제 디올 화장품은 5~10만원에 이르지만 제페토에서는 메이크업 세트 하나를 5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구찌의 경우 지난 1월 자신들의 버추얼 컬렉션을 제페토에 일부 선공개했다. 이후 제페토 내부에서 구찌 아이템을 활용한 2차 콘텐츠가 공개 열흘 만에 40만개 이상 생성됐고, 조회수는 300만을 돌파했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구찌의 다양한 제품들을 토대로 한 아이템은 개당 3~4천원 수준으로 수많은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아바타에게 구찌의 가방 등을 선물했다. 이들 외에 나이키, 휠라, 컨버스 등 여러 패션업체들이 제페토에 입점해 있다.
단순히 가상 공간 내 자사 제품을 구현한 것을 넘어 제페토 이용자들을 적극 겨냥한 상품도 나왔다. 신한카드는 이날 네이버제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Z세대 맞춤형 선불카드 형태의 메타버스 특화카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제페토의 주요 이용자가 10대이니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혜택들이 다수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고객의 제페토 아바타를 실제 카드 디자인에 반영해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홍보를 위해 제페토 내 가상공간 구축에도 나선다. 단순 홍보를 넘어 Z세대에 맞는 차별화된 공간을 선보일 방침이다.
신한카드 이외에도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지난달 제페토에 자사 연수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개설한 바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아바타를 만들어 이곳에서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지난달 제페토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이처럼 여러 업체들이 제페토를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이용자들의 접점을 넓히는 용도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제페토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는 2억명이 넘는데, 이 중 80%가 10대이며 해외 이용자는 90%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 걸쳐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용이한 셈이다.
구매력이 낮은 10대들이 이용자의 대다수이다 보니 업체들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미래 고객 확보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리고 제페토와 손잡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세대들과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일종의 '락인 효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을 10대들이 구매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상으로나마 이들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브랜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잠재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해 기억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