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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500개 넘어도 식품업계 R&D 투자 1% 미만…왜


국내 지적재산권 인정 수준 낮다는 지적도

미투 제품들 모습 [사진=각사 ]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식품업계에서 한해 출시되는 신제품은 약 400~500개. 그중 소비자에게 인지되어 유지되는 제품은 10%가 채 안 되지만 신제품은 매년 쏟아진다.

'신제품의 홍수'의 시대지만 국내 식품업계의 연구 개발 규모는 다소 낮은 수준이며 이마저도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대 식품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R&D) 비율은 수년간 내림세다. 이들 기업의 평균 R&D 비중은 2017년 0.75%, 2018년 0.67%에 이어 2019년 0.61%를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1.58%였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2015년 1.36%, 2019년 1.12%, 2020년 1.06%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R&D 비용은 약 1천169억원이다.

농심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전년(1.20%)과 비교해 소폭 감소한 1.0%(273억원)를 투자했고 오리온도 0.84%(65억원)로 전년(0.86%) 대비 소폭 낮은 비율을 연구개발에 썼다.

동원F&B와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율은 각각 0.31%, 0.34%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0.04%포인트씩 감소했다. 오뚜기는 지난 10년간 매출 대비 R&D 비율이 줄곧 1% 미만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R&D 투자 비중을 줄어드는 추세지만 신제품은 출시 비중은 매년 꾸준하다. 일례로 오리온은 지난해 약 40종이 넘는 신제품 출시했다. 다른 제과기업도 비슷한 수준의 신제품을 내놨을 것으로 예상된다.

◆ 투자는 줄어드는데 신제품 꾸준히 나오는 '마법' 어떻게 가능할까?

투자는 주는데 신제품은 계속 나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업계에서 기존에 나온 경쟁사의 제품을 비슷하게 출시하거나 과거 단종됐던 제품을 다시 출시하는 사례가 다반사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단종 됐던 오리온의 배배, 롯데제과의 갸또는 소비자의 요구로 다시 출시된 바 있다.

특히, 뉴트로(Newtro) 열풍으로 복고감성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제품에 패키지를 예스럽게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공략에 효과적인 전략이 되기도 한다.

결국, 업계에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패키지를 바꿔 리뉴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변화를 주는게 대부분인 것이다. 지난해 제과업계에서 새롭게 등장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끈 사례는 오리온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의 신제품 '오!그래놀라팝'과 롯데제과의 '에어베이크드' 정도가 손꼽힌다. 작년 6월에 선보인 신개념 스낵 '에어 베이크드는 8개월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R&D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기존 장수브랜드에 새로운 맛을 가미하는 제품으로 손쉽게 매출을 올리는 풍토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기존 장수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에 새로운 플레버(맛)을 가미하는 풍도가 강해지며 기업들이 모험을 하려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타사 제품을 따라 내놓는 '미투(베끼기)' 관행이 굳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식품업계에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투자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시장진입이 수월하다는 것이 손꼽히고 있다.

식품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과도한 베끼기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유행의 수명을 짧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한다"며 "솔직히 제과 제품의 경우 맛을 보면 연구원들이 몇달이면 비슷한 맛을 금방 찾아내고 만드는 것은 쉽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런 행태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양 불닭볶음면과 팔도 불낙볶음면 모습 [사진=각사 ]

◆ 국내에서 잘 수용되지 않는 지적재산권 문화도 한 몫…"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투자 늘리냐"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지적재산권을 잘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법이 걸음마 단계에서 발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은 큰 용기에 요리를 넣고 그 위에 햇반을 얹은 형태의 '햇반컵반'을 2015년 첫 출시했다. 이후 동원, 오뚜기 등이 제품 패키지와 형태를 그대로 따라했다.

2017년 CJ제일제당은 모방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삼양식품도 팔도가 불낙볶음면을 내놨을 때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오리온 초코파이도 롯데의 상표 등록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해외의 사례는 이와 조금 다르다. 국내보다 지적재산권이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의 상징인 '레드컵'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째 16개국에서 소송을 하고 있다. 평균 승률이 37% 정도로 국내보다는 지적재산권 인정 판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기업이 소송에 임하는 자세도 국내와는 차이가 있다. 네슬레는 경쟁사에 경각심을 주고, 소비자에게 '네슬레의 디자인은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소송을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도 과자 오레오의 카피 제품 때문에 10여개 국가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매년 가맹본부 임원과 대표 모두 관련 협회에서 진행하는 '경영윤리세미나'를 이수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윤리 강화 교육이 필요하며, 법적 보호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관계자도 "현재 부정경쟁방지법(타인의 아이디어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식재산이 보호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지만 판례가 적용된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미투' 등 지적재산권 침해 업체가 법망을 피해갈 방법이 수없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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