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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웨이퍼 든 바이든에 대한 단상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산업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  [AP/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산업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 [AP/뉴시스]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에 투자하라고 저렇게 일차원적인 쇼를 하다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치켜 든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이라면 유치한 대통령 캐릭터라며 비웃었을지 모른다.

현실에선 바이든의 쇼맨십은 웃어넘길 수 없는 공포가 된다. 질 좋은 제품을 싼 값에 내놓으면 잘 팔린다는 상식이 미국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무용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미국, 중국 두 강대국은 '내 편 먹어, 아니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던지고 있다. 이번 반도체 회의도 그 일환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셈범도 복잡해졌다. 삼성전자는 바이든의 협조를 빙자한 투자 협박을 받은 상황에서 중국 눈치도 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의 약 30%를 중국에서 올린다.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한 쪽 줄만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업계에선 정부가 두 나라 사이에서 현명한 줄타기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 최고경영자(CEO)도 불러 모았다.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웨이퍼 든 바이든' 같은 쇼가 아니라, 업계와 허심탄회한 논의, 실리 있는 대책이다. 미국과 중국에 등 터지는 한국 반도체 업계는 쇼를 즐길 여유가 없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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