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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마주의 명과 암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선거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오세훈·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테마로 엮였던 종목들이 선거 이튿날인 8일 일제히 급락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지만, 오 후보 테마주로 지목됐던 한일화학은 선거 당일 7.19% 급락했고, 오 시장의 출근 첫날인 이날도 장중 7% 이상 급락 중이다. 한일화학은 감사위원이 오 시장의 고려대 동문으로 알려지며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다발을 받고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다발을 받고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진양폴리는 양준영 진양홀딩스 부회장이 오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꼽혔지만, 선거 직후 15% 이상 폭락 중이다. 오 시장이 과거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서해비단뱃길 조성계획과 관련된 수혜주로 알려진 진흥기업도 이날 7%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테마주로 엮인 iMBC와 제이씨현시스템도 각각 4%대 하락 중이다.

선거철만 돌아오면 정치테마주가 활개 친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며 주식시장에는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윤석열·이재명 관련주와 같은 정치인을 엮은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현저한 시황 변동'과 관련한 공시가 총 185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8건보다 약 34%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연관성이 거론된 공시도 18건에 달한다.

정치테마주로 엮인 기업들이 대부분 특정 정치인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정치인 테마주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허위정보 등을 이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등 불공정 의심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 통보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 테마주의 이상과열 현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주가상승율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종목 중 NE능률, 원익큐브, 웅진, 승일, 덕성 등 5개가 '윤석열 테마주'로 불린다.

주식시장에서 '테마'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며 마스크, 진단키트 생산, 백신 개발 업체들이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세를 보였다. 전기차, 2차전지, 언택트(비대면) 등 시류에 따라 수많은 테마주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장착해 시장에서 회자된다.

성장주로 대표되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투자 트렌드도 시장에서 만들어낸 테마다. 최근에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나 수소, 뉴딜 등 친환경이 테마를 형성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실속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상장지수펀드(ETF)도 '테마'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에서 '액티브 ETF'를 앞세워 성장주 위주의 적극적인 투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아크인베스트는 대표적인 테마 투자 상품이다. 아크인베스트의 ETF 인기는 최근 미국 증시의 성장주 열풍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주가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주가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실제로 실적이 확인되기 전에 움직이며, 단순히 실적이 아닌 기업의 성장 가능성 만으로도 반응한다. 이른바 '모멘텀'(주가상승동력)이다.

모멘텀을 만드는 것은 '스토리'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다양한 정보와 분석, 시장 전망 등이 쓸 만한 투자정보가 된다. 투자에도 스토리가 필요한 셈이다. 그 스토리가 주식시장에서 테마 바람을 일으킨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모주 열풍이 불자 공모주도 주요 투자 테마의 하나로 자리했다. 공모주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제도상 불리한 여건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공모 제도를 개편하기까지 했다.

특정 종목이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따상상'을 기록했다는 사례들이 무용담처럼 전해지며 많은 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새내기주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이후 주가가 상장 첫날 시초가는 물론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공모주에 대해 성장가치가 높다며 앞다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던 전문가들도 상장 후 주가 급락에 당혹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투자를 결정하는 것과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한 투자를 하라'는 상투적인 말이 투자자에게 의미 있게 와닿길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최소한 테마주에 '말이 되는' 스토리를 찾기만 해도 '묻지마 투자'에 따른 '낭패'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테마주가 주식시장에서 유행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정치테마주로 엮인 기업이 실제 해당 정치인의 수혜를 봤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적어도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설령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기업에 직·간접적인 혜택을 주는 행위를 하진 않을 거라는 게 상식적이라고 봐야 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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