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지난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게임사 대상의 '트럭시위'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에까지 번졌다. 리니지M 이용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경기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 각각 트럭을 보내고 엔씨소프트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환불을 요구했다.
그간 회사 측의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집단 행동에는 소극적이던 리니지M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리니지'의 충성 이용자들을 의미하는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이 시위의 축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날 트럭시위는 최근 벌어진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리니지M에서 '문양'은 캐릭터의 능력을 키우는 강화 시스템으로, 30개의 빈 칸을 채울수록 능력치가 올라간다. 이 같은 문양이 게임 내 6종류가 있다.
30개의 빈 칸을 다 채울 시 능력치가 크게 증가하는데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등이 필요하다. 문제는 중간에 빈 칸을 채우는 데 실패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완전한 문양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올라간다. 이용자들은 문양을 다 채우기 위해 최소 수천만원에서 높게는 억 단위의 돈을 투자한다.
엔씨는 지난 1월 27일 '기억 시스템'을 도입해 빈 칸 채우기에 실패하더라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했다. 이에 문양을 채우기 위한 비용이 크게 줄었다. 그러자 그 전에 거액을 들여 문양을 완성한 이용자들이 반발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이에 엔씨는 불과 나흘 만에 기억 시스템을 폐기하고 이용자들의 모든 문양을 이전으로 되돌린 후 이용자별로 환불 금액을 지급했다.
문제는 엔씨가 이때 실제 현금이 아닌 게임 내 재화인 '다이아몬드'로 환불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상당수 이용자들이 실제 과금 액수보다 훨씬 적은 액수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만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니지M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한 유튜버는 업데이트 기간 동안 문양 강화에 1억6천만원을 지불했음에도 회사 측이 불과 5천만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만을 환불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같은 액수를 과금했음에도 환불 액수가 서로 다른 사례까지 나오자 이용자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졌다. 이에 엔씨는 지난달 2차 보상을 실시했지만 리니지M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트럭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 "이용자들의 권리 찾겠다"
이들이 이번 시위에 대해 '개돼지해방전쟁'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7년 전 '리니지2'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특정 혈맹을 대상으로 선포한 반란인 '바츠해방전쟁'에서 따 온 이름으로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회사를 직접 겨냥했다. 이용자들은 엔씨가 진정성 있는 해명과 사과, 운영을 하기 전까지 결제하지 않겠다며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
이날 트럭시위에 동원된 트럭에는 "귀책사유 인정하면 전액환불 책임져라", "비현금성 재화보장 우리들이 원했었나", "우리들은 원합니다 고객들과 소통하길", "진심담긴 사과부터 보상말고 환불까지", "택진이형 출두해 신사답게 사과해" 등의 문구가 적혔다. 트럭은 리니지M 이용자들의 모금을 통해 마련됐다. 트럭 시위를 위해 총 874만5천262원을 모금했다.
리니지M 트럭시위를 이끈 총대는 이날 "사실 지나친 사행성 유도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지나치게 낮은 확률 등으로 인해 언제 이용자들이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문양 사건이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 사건으로 이용자들의 권리가 무너졌고 이용자들이 이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투쟁하기 위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차적으로 (회사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환불을 요구하며 트럭시위를 통해 열거한 문제들에 대해 간담회 등을 통한 소통을 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리니지M 트럭시위는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6일부터 8일까지는 엔씨의 프로야구팀인 엔씨 다이노스의 홈구장 창원 NC파크에서도 트럭시위를 할 예정이다. 엔씨 관계자는 트럭시위에 대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번지는 게임업계 트럭 시위
이처럼 게임업계 매출 1위인 '리니지M'까지 트럭시위의 대상이 되면서 게임사를 상대로 한 트럭시위가 다시 불붙었다는 평가다.
게임사를 향한 트럭시위는 지난 1월 넷마블 '페이트 오브 그랜드 오더'가 시초였다. 기존 이용자 대상 '스타트 대시 캠페인'이 갑자기 중단된 것이 도화선이 됐지만 이전부터 쌓여온 게임 운영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이기도 했다. 트럭시위는 이후 엔씨 '프로야구H2', 넥슨 '마비노기'와 '메이플스토리',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으로 번졌다.
이처럼 집단 행동이 지속되는데다가, 최근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깜짝 놀란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전면적인 확률 공개, 이용자 간담회 등을 내세워 이용자들을 달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트럭을 세워 시위할 정도면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불만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게임사들이 진정으로 소통하려고 하는지, 관료적으로 귀찮다고 생각하고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있다"고 꼬집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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