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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 패권 전쟁에 韓 '위협'…"위기감 갖고 재도약 나서야"


투자·타이밍·인재가 좌우…"韓, 메모리 성공 착시 벗어나 비메모리 확대 필요"

 [사진=SMIC]
[사진=SMIC]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 산업 굴기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위기감을 갖고 재도약을 위해 절치부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오후 2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인텔(Intel)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자 세미나를 긴급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021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 국가예산 558조원에 버금가는 약 530조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어 우리 기업들에게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강국들의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권 부회장은 "대만 대표기업인 TSMC는 정부와 국민들의 든든한 지원을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Investment), 타이밍(Timing), 인재(Talent)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조발표를 통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작고하기 직전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하라'고 했던 말을 되새겨본다"며 "반도체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선도하는 기업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반도체 패권 장악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수 백조원을 투자해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낮은 기술 자급률의 한계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NXP반도체]
[사진=NXP반도체]

'반도체 산업 동향과 발전 방향'에 대한 발제를 맡은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재원을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 심화와 재해로 새로운 위험이 부상했다"며 "주요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무역 제재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중장기적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편중된 반도체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유도 및 제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R&D에 228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에 '중국 제조 2025'를 천명하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를 설정해 투자를 지속해 왔으나, 시장조사기관 IC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7%에 불과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거 LCD 굴기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름)' 전략으로 대형 M&A 추진 및 반도체 국산화 확대를 시도 중이다.

유럽 국가들도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뜻을 모아 최대 5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반도체 기업 투자금액의 20~40%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센터장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각국 정부의 요청으로 TSMC 등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들이 생산라인 재조정을 통해 자동차 반도체를 증산 중"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7월경 이후로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KT가 선보인 AI 반도체 'SAPEON X220'의 모습 [사진=SKT]
SKT가 선보인 AI 반도체 'SAPEON X220'의 모습 [사진=SKT]

종합 토론에서는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 주재로 '우리나라 반도체 미래를 위한 대응 방안' 논의가 이어졌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보유했지만 비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은 취약하며 메모리반도체의 성공에 따른 안이함을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주요국은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에 각종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수립해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일본은 자국 내 제조시설 확충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노리고 있으며 대만은 세계 최고의 시스템 반도체 제조기술을 통해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반도체 제조시설을 신속하게 잘 구축하고 시스템 반도체가 전자산업 공급망에서 역할이 확대되도록 민관이 협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은 1987년에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조합 '세마테크(Sematech)'를 출범시켜 정부와 인텔 등 대기업이 투자한 덕분에 오늘날의 퀄컴이 탄생할 수 있었고, 대만도 1973년 설립한 '산업기술연구원(ITRI)'을 통한 지원 덕분에 TSMC, UMC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구도를 넘어 국가 간 경쟁에 직면한 만큼 정부와 기업은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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