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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 무주택자의 한숨…집값폭등에 가족간 불화·우울감 호소


"그동안 뭐했나", "지금이라도 사라" 비난도…전문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

서울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정소희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정소희기자]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3년 전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한 순간의 실수로 지인들은 5억원 벌 때 저희 집은 전세 난민꼴을 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평온했던 가정이 부동산 때문에 불화만 생기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예 무주택자가 비난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뭐했느냐고요. 이게 나라입니까."(한 온라인 부동산 카페)

유례없는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화되기는 커녕, 전세난만 일으키면서다. 정부가 최근 대출까지 규제하고 나서자, 이들은 평생 '월세족'에만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5억1천757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평균 5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2016년(1억8천800만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벌어진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한 데 있다. 경제정의실천연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1천531만원에서 58% 오른 4천156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상승액 344만원보다 무려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무주택자들은 절망스럽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23번이나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난만 일으키면서 주거불안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최근 직방이 자사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1천1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세 임차인 중 67.9%, 월세 임차인 54.0%가 임대차법이 '도움 안된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대출규제까지 나서면서 무주택자들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신용대출 1억원 이상을 받을 경우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구매시 대출을 2주 내 회수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무주택자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커뮤니티 캡쳐]
최근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무주택자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커뮤니티 캡쳐]

하지만 다주택자를 비롯한 고소득자는 다른 경로의 유동화 방안이 있다보니 정작 피해는 무주택 서민들만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집값 폭등이 단순히 개인의 부동산 블루(우울증)를 넘어 사회 전반의 아노미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부동산 문제로 인해 가정불화와 관련된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 무주택자는 "3년 전 와이프가 아파트 구매를 권유했지만, 리스크를 감내할 자신이 없어 전세를 연장했다"며 "부동산 기사만 볼 때마다 스트레스에 견딜 수 없고, 부부관계 역시 소원해졌다"고 말했다.

근로의욕이 떨어졌다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무주택자는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폭등했는데, 월급으로 내집마련은 불가능하다"며 "집을 이미 구매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굳이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은 심리적 취약층부터 번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극단적인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사람들의 심리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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