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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출석만 70차례 이재용…최소 5년이상 사법리스크 덫


연이은 재판에 '잃어버린 10년' 우려…경쟁사 추격에도 '사법리스크'에 발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2개 재판이 겹치게 되면서 삼성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초격차'를 앞세워 투자 확대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오너리스크에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위기 속의 기회'를 모색하며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하게 돼 재계 안팎에서도 우려하는 모습이다.

2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80차례 열렸고, 이 중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총 70여 차례에 달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다음달 22일에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또 특검의 반발로 지난 1월 17일 이후로 중단됐던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한꺼번에 두 개의 재판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재판에 주요 그룹 총수가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유례없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도 더 커졌다. 이미 몇 년째 '사법리스크'를 겪었던 삼성은 또 다시 향후 5년 이상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난감해 하는 눈치다. 이미 주요 경영진의 소환이나 재판일정을 전후해 결재가 줄줄이 밀리며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도 내부에서 속속 나오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만 바라보던 삼성은 잦은 수사와 재판 일정으로 인해 지금도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업 구조의 급변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임에도 삼성은 또 다시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히게 돼 내부에서 속만 태우는 듯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매진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삼성은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제대로 된 투자 계획을 내놓기 어려워지게 됐다"며 "해외 시장에선 '타도 삼성'을 외치는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은 재판에 발목 잡혀 특유의 '초격차' 전략도 동력을 서서히 잃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실제로 삼성이 추진하는 각 사업 부문 경쟁사들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시장의 판을 바꾸려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22조 원을 들여 삼성전자보다 먼저 2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상태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최근 400억 달러(약 47조3천500억 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ARM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엔디비아에 뺏기는 처지가 됐다"며 "ARM 외에도 이 부회장의 잇따른 사법리스크 때문에 삼성이 당분간 대규모 M&A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 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형 M&A가 뚝 끊겼다. 오너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워진 탓이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가 삼성전기로부터 반도체패키징(PLP) 사업을 양도받았으나, 계열사간 사업 조정일 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갈 수 있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선 오너가 없인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며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삼성 입장에선 성장 동력을 잃을까 초조해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삼성은 하만을 인수한 후 스마트폰, 5G 통신, 반도체 등 IT 기술을 활용해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지난 2018년 1년 여간 구속됐던 이 부회장의 부재로 하만과 전장 분야 시너지를 높일 기회를 놓쳤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은 차량용 AP '엑시노스 오토' 등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전적으로 하만에 의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차량 램프업체 ZKW를 11억 유로(약 1조5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전장 부문을 대폭 키웠다. 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후 그룹 내 자동차전장팀을 신설하고 그룹 전체 미래차 사업을 총괄하면서 LG전자의 스마트폰, 가전 등 IT 인력이 전장 부분에 대거 수혈되기도 했다. 특히 LG화학은 최근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시켜 증시에 상장시킨 후 확보한 자금으로 배터리 설비 투자 확대에도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도 일찌감치 전장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사법리스크로 경쟁사에 밀렸다고 볼 수 있다"며 "삼성이 오너에 대한 사법적 부담을 조속히 해소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사업 확장도 어느 정도 가능할 듯 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재계에선 삼성이 또 다시 사법리스크로 최소 5년간 긴 법정 다툼에 시간을 허비하게 돼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 삼성의 연이은 재판이 국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과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제동이 걸릴까 염려하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이어갈 수 있지만,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전략적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삼성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재판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삼성은 지난 2018년 이 부회장이 약속했던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은 일단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 2월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로,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2018년에 약속했던 투자들은 올해 안에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어도 그 다음이 문제"라며 "이 부회장이 장기간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그 동안 총수의 경영 공백이 생긴 삼성 입장에선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국제 정치역학과 산업구조, 무역질서가 일제히 요동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조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법리스크에 빠진 삼성이 미래 성장을 대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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