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중국 화웨이가 사면초가의 형국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추가 제재 일환으로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거래 제한을 공식화하면서다.
화웨이는 일단 비축한 재고 등을 토대로 '버티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묘책 찾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가 발효된다. 이에 따라 15일부터는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장비 등을 사용해 생산된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사실상 반도체 수급이 끊기게 된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장비와 기술 등이 포함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는 탓이다.
화웨이는 당분간 비축해둔 반도체 재고로 버틴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재고가 떨어진 이후다. 재고가 바닥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TV, 이동통신 장비, 서버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화웨이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이 대만 TSMC와의 거래를 막자 대안으로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택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 발효 이후에는 SMIC와의 거래도 막히게 된다. SMIC가 중국 업체이긴 하지만, 미국의 부품과 기술 등을 사용해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지난 5월 제재 당시에는 로우레벨 분야에서 SMIC를 대안으로 고려할 수도 있었겠지만, SMIC 역시 미국 장비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3차 제재 이후로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완화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화웨이가 중국 기술과 장비로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않고서야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현재 화웨이로서는 돌파구가 불투명하다"며 "우회할 방법을 미국이 원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반도체를 만들지 않는 한 난관 타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급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이 SMIC에 대한 제재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화웨이에 대한 수출 특별 허가를 요청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위원은 "올해만 살펴봐도 통신 장비를 부분적으로 풀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반도체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완화한 사례는 없었다"며 "일단 현재로서는 긴장 상태가 완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중국에서는 이번 제재로 화웨이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등 주요 고객사들이 같이 타격을 입을 것을 강조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면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산업 사슬에 포함된 다른 기업들도 어려운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반도체 시장은 화웨이 제재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11월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주완 위원은 리멤버 나우를 통해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로 수요가 제한되는 가운데 2017~2018년 진행한 설비투자의 결과로 생산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화웨이라는 커다란 고객이 사라지게 될 경우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마이크론, 구글 등 많은 기업들에게 있어 화웨이와 중국 기업들은 중요한 고객으로, 화웨이에 대한 재제는 미국 기업들에도 큰 손실"이라며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이후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