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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문턱 하반기엔 높아진다…코로나19 장기화 우려에 건전성 관리 총력


3분기부터 대출 태도 강화…당장 여신 축소 계획은 없어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시중은행들이 하반기부터 대출 문턱을 높일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지원은 정부의 방침대로 이어가되,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나머지 대출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영업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전날 '2분기 대출행태서베이'를 통해 3분기부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가 강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대출행태서베이는 한국은행이 15개 국내은행 등 199개 금융기관의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대출태도, 신용위험, 대출수요에 대한 동향과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설문조사 또는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점수가 부여된 응답항목을 통해 조사한 후 가중평균해 지수를 산출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여신담당자들은 올 3분기부터 여신건전성 관리, 취약업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우려 등으로 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를 보다 강화한다는 뜻을 밝혔다. 가계 대출 또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 등의 영향으로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태도가 강화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 태도란 지난 분기 대비 대출에 대한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관한 것인데, 연장 취급 조건이나 담보 조건 등 대출에 수반되는 조건들을 강화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방침이 여신 축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올 3분기까지 이자 상환 유예·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실시하는 만큼, 금융지원은 그대로 지속하되 나머지 대출에 대해선 보다 보수적으로 영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침의 배경엔 올 상반기 들어 급격히 증가한 대기업·가계 대출이 있다. 6월말 기준 국내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기업 여신 잔액은 458조2천486억원으로 1월 말 대비 31조5천743억원(7.4%)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13조2천133억원(2.6%) 올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은행 기업대출(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은 44조9천억원 늘었는데, 올해는 1~6월 중 77조7천억원이 증가했다. 벌써부터 지난해 증가폭을 넘어선 것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60조7천억원이 증가했는데, 올해는 6월까지 40조6천억원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대출이 워낙 많이 늘어난 만큼,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라며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출이 많이 나갔으니, 하반기부터는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악화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2%로 전월말 대비 0.02%포인트(p) 올랐다. 기업과 가계 대출 각각 0.02%포인트(p), 0.05%p 상승했다. 6월말 기준 연체율은 부실채권 상각 등의 영향으로 소폭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경제상황이 급반전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부터 건전성 문제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을 요청하더라도 은행의 규모를 고려할 때 큰 문제는 되지 않으나, 중소기업과 대기업 여신은 자본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영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신이 늘어난다는 건 은행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주된 수익인 이자이익을 높일 수 있어서다. 다만, 이는 돈이 적재적소에 흐를 때 이야기다. 이자조차 회수가 어려운 지금같은 상황에선 은행으로서도 선뜻 대출을 내어주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유예는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대출 만기연장은 은행에서 보편적으로 진행하는 업무라 추가 조치가 있어도 건전성에 있어 큰 문제는 없다"라며 "진짜 위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흔들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도, 경기가 나아지면 돈이 돌아 은행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현재 항공업 등 일부 업종에선 돈이 잠식되는 상황까지 나오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며 "한시적 예대율 완화 등 정부의 조치가 은행에 당장은 도움이 됐긴 하나,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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