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모 시중은행으로부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받으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터라, 김 씨는 메시지에 첨부된 링크를 별 의심없이 클릭했다.
연결된 웹사이트에서 안내하는 대로 '재난지원금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는 등 모든 절차를 마친 김 씨. 나중에 통장을 확인하니 재난지원금은커녕, 모든 돈이 빠져나가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심어놓은 원격조종앱을 통해 김 씨의 계좌에서 돈을 빼간 것이다.
24일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부처는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보이스피싱 방지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뱅킹 앱 실행하니 "악성코드가 탐지됐습니다. 제거하시겠습니까?"
시연회엔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진옥동 신한은행장, 구현모 KT대표이사,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등 정부 관계부처·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신한은행은 시연회에서 악성앱 등 보이스피싱 상황 감지 시 자동으로 앱이 종료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통상 보이스피싱을 통해 설치되는 원격조종앱은 링크만 눌러도 자동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이용자는 해당 앱이 설치됐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피해를 입어왔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체 은행 앱 '쏠'에 악성코드 탐지 기능을 탑재시켰다.
이날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범이 악성 코드가 담긴 링크를 보낸 상황을 가정해 시연회를 진행했다. 링크를 누르니 알 수 없는 코드가 설치됐는데, 통상적인 앱 설치 과정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은 들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안티 피싱 플랫폼'도 선보였다. 고객들의 거래 정보를 분석해, 이상거래 또는 보이스피싱 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딥러닝 방식이 적용된 만큼, 범죄수법이 다양한 패턴으로 이뤄져도 금세 잡아낼 수 있다.
후후앤컴퍼니는 성문 분석을 이용한 보이스피싱범의 특정·탐지 기술을 내놨다. 성문 분석이란 마치 지문처럼 각기 다른 사람의 음성을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전화 수신과 동시에 후후는 인공지능을 통해 상대방의 성문을 분석하는데, 보이스피싱범의 목소리일 경우 즉시 위험 알림이 표출된다. 이밖에 올바른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범에게 연결되는 '변작'을 탐지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내가 은성수인데 '은성수'로부터 전화가 오더라…보이스피싱 누구나 당할 수 있어"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시연회 축사에서 자신이 최근 겪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임을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발신자가 은성수였다"라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문자로 형제와 친척들에게 이런 전화가 오면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은 재산은 물론 삶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악질 범죄다"라며 "일부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번 방안에선 금융기관의 역할이 많이 강조됐다"라며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회사 등의 배상책임을 대폭 강화하여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사전예방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기관이 고객을 보호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용자들이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게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금융분야 인증·신원확인 제도혁신 방안'을 3분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은 위원장은 국민들에게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국민들께서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사고, 휴대폰 명의도용·악성코드 감염 등 정보보안에 대해 늘 특별한 경각심을 가지시고, 지연인출 등을 통해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이 강력하게 유지되다 보면 고객이 불편을 겪을 수 있지만, 고객들도 금융회사가 그렇게 하는 부분에 대해선 어느정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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