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달러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미 연준이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1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도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축통화가 '왕'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진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고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달러화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안전자산인 '금'의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40원 폭등해 1285.7원에 마감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1280원선에 오른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돈 푸는데도 이례적인 달러 강세…"매력적인 단기 투자처"
최근의 달러 강세는 이례적이다. 미 연준이 제로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드는 등 '돈값'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부양과 유동성 공급을 천명했음에도 코로나19 사태와 그 부작용에 대한 공포에 밀려 금융 불안 진정에 실패했다"라며 "시장공포 심리 확산은 금융자산 포지션 청산과 현금 보유 확대라는 쏠림 현상, 그 중 달러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달러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되며 아직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미 달러를 비롯한 안전통화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다"라며 "환율의 하락 시점은 2분기 후반으로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고 밝혔다.
한동안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달러화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김학수 하나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다르게 지금은 저금리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이례적인 상황이다"라며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금으로선 다른 자산을 헷징할 수 있고, 비과세도 가능한 달러가 매력적인 투자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전체 포트폴리오 중 달러 비중이 10%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데, 요즘 분위기라면 20~30%도 가능해보인다"라며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연말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 발병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익을 거두려는 움직임이 기업과 개인에게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2월중 거주자외화예금에 따르면 2020년 2월말 기준 달러화예금은 585억4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63억1천만달러 줄었다. 1월 대비 감소규모가 23억8천만달러 커졌다. 4대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342억7천57만달러로 전월보다 26억4천만달러가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일반 기업의 현물환 매도, 일부 기업의 원화수요를 위한 예금 인출 등으로 달러화 예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3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외화예금 감소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라올 금값은 올라온다…중장기적으론 금 투자
최근 금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금'의 가치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물인 금은 통상적으로 달러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질 때 금값이 오르는 것이다. 미국이 양적완화·제로금리 카드를 통해 달러를 풀고 있는 만큼, 결국엔 환율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금값은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국제금시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제 금 가격은 1온스당 1천473.10달러로 올해 정점을 찍었던 지난 6일의 1천672.74 달러와 비교해 11.9% 떨어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여타 자산시장에서의 마진콜에 대비한 현금 보유 수요와 정책적 대응 개시 시점에서 금 가격은 급락했지만, 이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갖춰지면서 상승이 시작된 바 있다"라며 "그러한 점에서 이번 가격 하락은 상승기의 종식이 아닌 일시적인 조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은 안전자산이기도 하지만 무이자 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다"라며 "단기성에 지나지 않는 안전자산 선호심리 보다는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이 금 가격의 향방에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 시점에 대해선 저점이 나타난 다음이 좋다는 제언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금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만큼, 저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지금은 정상적인 환율이 아니지만, 나중에 다시 환율이 제자리를 찾을 경우 금값이 올라도 아무 소용이 없게 돼 조심스럽게 투자할 필요는 있다"라면서도 "다만 금리나 내려가고 통화량이 늘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값이 올라가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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