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상대를 '도둑'이라 비난하고, 다른 쪽에서는 '사이버 테러리스트'라 헐뜯는다. 최근 한글 키워드 검색 시장을 놓고 도를 넘어선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는 넷피아와 유비즈커뮤니케이션-디지털네임즈가 장본인이다.
이판정 넷피아 사장은 유비즈 및 디지털네임즈가 PC 차원에서 '한글 키워드'를 영문 도메인으로 변조하는 것에 대해 "도둑질"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의 행위는 국가적으로 정한 표준(이용자가 인터넷 키워드 주소를 질의할 때 해당 객체주소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자가 지정한 도메인 네임 서버(DNS)를 통해야 한다)을 지키지 않고 중간에서 특정 SW를 이용해 낚아 채가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의 마음엔 "'한글 키워드'는 넷피아만 취급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둑'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유비즈나 디지털네임즈가 주인이 있는 '한글 키워드'를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글 키워드' 서비스를 한 곳은 넷피아 뿐이고, (국가 표준에 의해) DNS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곳도 넷피아 뿐이다. 그러니 '한글 키워드'의 주인은 사실상 넷피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유비즈 등이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수현 유비즈 사장의 생각은 이와 정반대이다.
그에겐 '한글 키워드'의 주인이 있을 리 없다. IT는 기술이다. 한글 키워드 검색 시장의 싸움은 속도경쟁이다. 즉, 네티즌이 한글 키워드를 입력할 때 원하는 사이트가 있을 것이고, 누가 먼저 이를 캐취해 찾아주느냐는 기술 싸움인 것이다. 이 점에서 유비즈가 넷피아를 앞섰다는 것이 김 사장 생각.
그래서, 김 사장은 넷피아를 '사이버 테러리스트'로 여긴다. 기술 싸움에서 패하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 네티즌이 경쟁 사이트로 접근하는 것을 아예 ISP 도메인네임서버(DNS) 에서 차단해버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경쟁 업체가 밉긴 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대신에 잘못된 방법으로 아예 없애버리려 것은 테러리스트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 사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번 싸움의 현장을 제공한 인터넷서비스업체(ISP) 온세통신과 싸움의 당사자인 넷피아는 "이번 일은 '도메인 하이재킹'이 아닌, 정당한 환원 기능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용자가 주소창에 입력한 한글 키워드가 DNS로 왔을 때 변조돼있길래 국가 표준에 따라 원래대로 환원시켜놓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실 네티즌은 양측의 이런 싸움에는 별 관심이 없다.
네티즌은 한글 키워드를 입력할 때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결과를 누가 얼마나 잘 찾아주느냐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한글 키워드' 사업의 핵심이 그것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선의의 기술 경쟁'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도둑'이니, '테러리스트'니 하며, 자신의 회사만을 위한 '치졸한 기술싸움'에 나설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네티즌이다. 지금의 싸움은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서비스를 방해하기 위한 측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추악한 기술 싸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그들 스스로 네티즌을 위한 선의의 기술경쟁으로 싸움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서로 '도둑'이고 '테러리스트'라 하니, 법에 심판을 받으려 할 것이고, 어느 한 쪽이든, 아니면 둘 모두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네티즌은 물론이고, 기업 스스로도 손해보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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