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황금빛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사흘 째인 21일에도 각계 각층의 조문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조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은 이날 오전 8시 57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이어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9시 18분께 침통한 듯 바닥을 바라보며 빈소로 들어갔다. 신 전 부회장은 전날엔 부인과 함께 동행했지만, 이날은 혼자 빈소에 도착했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소원했던 두 사람은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그 동안에는 개인적으로도, 공식 석상에서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이로 인해 신 명예회장은 결국 두 아들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오랜 기간 동안 소원했던 두 사람은 신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두 사람은 신 명예회장이 별세한 당일 밤 9시에도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일가족 30여 명과 함께 초례(장례를 시작하고 고인을 모시는 의식)를 함께 치렀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가 좁아진 만큼 관계가 개선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례를 치르려면 형제간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계속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복귀를 시도하며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만큼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형제의 연결고리였던 아버지가 이제 없는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복귀를 계속 시도한다면 관계 개선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이번 장례일정이 마무리 된 후 신 전 부회장 측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이 빈소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지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보내드리기 위해 (두 사람이)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전에는 두 사람이 빈소에 들어서자 마자 롯데 출신인 소진세 교촌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신 명예회장 별세 소식을 들은 직후 지난 19일에도 빈소로 달려 왔던 소 회장은 이날 한 시간 넘게 머무르며 신 회장 곁을 지켰다.
이 외에도 정·재계 인사들은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연이어 빈소를 방문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은 9시 20분께 조문했으며, 뒤를 이어 김범석 쿠팡 대표도 임직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은 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짧은 말을 남긴 채 길을 나섰다.
롯데 임원 중에선 오전 8시 42분에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조문객 맞이를 위해 가장 먼저 도착했으며,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도 아침 일찍 빈소에 들러 고인을 애도했다.
오전 9시 38분쯤에는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신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으며, 9시 55분에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상주인 신동빈 회장을 찾아 위로했다. 신 회장은 터너 대사와 홍 회장이 조문을 끝내자 직접 배웅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에는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이봉진 자라코리아 사장도 빈소에 들렀다.
다만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 씨는 지난 19일 밤 오빠인 서진석 전 유기개발 대표 부부와 함께 한 차례 빈소를 찾은 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서 씨가 전날에는 빈소를 찾지 않았다"며 "서 씨의 딸인 신유미 씨는 어느 누구도 얼굴을 몰라 빈소에 왔었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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