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사측과 노동조합이 각각 기본급 동결과 인상을 주장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간당 인건비'가 있다.
사측은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높아 경쟁력이 없어 기본급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시간당 인건비가 높다면 그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고 그동안 흑자를 내왔음에도 계속해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노조의 상경집회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노사가 지난해 7월 시작한 2019년도 임금교섭이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급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약 8% 인상을, 사측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먼저 사측이 기본급 동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부산공장의 생산성이 높지만 시간당 인건비가 높아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르노그룹은 전 세계 24곳의 생산 공장에 차량을 배정할 때 생산성, 품질, 비용, 납품 능력, 시간당 인건비 등을 두고 평가한다. 사측에 따르면 부산공장의 생산성은 제일 높다. 그 다음이 일본, 스페인 공장 순이다. 문제는 시간당 인건비다. 2018년 기준으로 시간당 인건비가 제일 높은 곳이 부산공장이라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다음이 프랑스, 스페인 공장 순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생산성은 순수하게 노동력만 치는 것이고 시간당 인건비가 생산성은 아니다"면서 "부산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이 좋아도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시간당 인건비가 제일 높으니 수출 공장을 고를 때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과거 2013년 부산공장이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물량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낮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시간당 인건비가 싼데 품질이 되는 곳이 부산공장과 일본 닛산 큐슈공장인데 당시 일본보다 부산공장이 20% 정도 인건비가 쌌다"며 "하지만 엔화 약세로 지난해 기준으로 반대 상황이 돼 버렸고 특히 일본은 아웃소싱 인력이 반 이상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연 10만 대 수준으로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물량이 지난해 9월 계약 종료로 다 빠져버렸다. 이는 사측이 기본급 동결을 내세우는 근거가 됐다.
사측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의 2018년 영업이익은 3천5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닛산 로그'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천800억 원이고 다른 차종이 1천700억 원이다. '닛산 로그'가 영업이익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흑자를 내도 5년 간 '닛산 로그'로 큰 이익을 얻은 것인데 물량이 다 빠지게 된 것이다"면서 "다른 차만 가지고 영업이익 흑자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실제 일본 닛산 큐슈공장의 인건비가 싸다고 한다면 총인건비와 1년 평균 노동시간 등 그 내용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기본급과 상여금, 잔업수당을 합친 1인당 급여는 2018년 12월 말 기준 르노삼성차가 6천337만 원, 2018년 3월 말 기준 일본 닛산이 약 8천200만 원 수준이다. 또 2017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2천24시간, 일본은 1천710시간에 불과하다. 노조가 2017년 현대자동차의 노동시간 1천880시간을 감안해 르노삼성차 1천900시간, 일본 닛산 1천700시간으로 가정한 후 계산한 결과 시간당 임금은 르노삼성차 3만3천 원, 일본 닛산 4만8천 원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르노그룹 내에서 부산공장의 인건비가 높다는 것이 맞다면 자료를 보여 달라고 사측에 요청했지만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사측에서 르노그룹 내에서 각 공장의 시간당 인건비를 비교했을 때 그 안에 어떤 수당이 들어가고 국가별 상황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요소가 융합됐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노조 측은 인건비의 높고 낮음은 인건비와 수익성의 관계를 결과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계산하면 르노삼성차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 측이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르노삼성차의 영업이익률이 타사보다 높은데도 사측이 계속해서 기본급을 올리지 않았던 탓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르노삼성차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6.7%, 6.0%, 6.3%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는 각각 6.5%, 5.2%, (-)0.1%, 일본 닛산은 각각 6.3%, 4.8%, 3.7%를 기록했다. 특히 노조는 르노삼성차의 2018년 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0.3%p 상승했다며, 이는 르노삼성차의 수익 구조가 그만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최근 10년 만 해도 기본급이 오른 적이 거의 없다. 그 결과 지난 10년 간 현대차의 평균 기본급 인상액이 7만2천500원인 반면, 르노삼성차는 4만9천915원에 그쳤다는 것이 노조 측 계산이다. 즉 노조는 사측에서 시간당 인건비가 높다고 하는데 기본급이 오른 게 없으니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는 수년 째 신차가 없고 수입차에 의존하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경영 능력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닛산 로그'를 대체할 후속 물량을 본사로부터 배정받지 못했고, 사측이 매년 노사 임금 협상 시 후속 물량 배정 문제를 들어 직원들을 압박해왔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이러한 노사 갈등은 기본급 인상과 동결을 둘러싸고 기본적으로 노사 간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사측 입장에서는 당연히 회사가 어려우니까 노동자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하지만, 주어진 물량 내에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건 경영자들의 책임인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는 그런 상황을 얼마나 감안하고 고통을 분담할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차선으로 특별 수당을 준다든가 나름대로 합의를 볼 수 있는 노사 간 협의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어렵다"고 덧붙였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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