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사측이 직장폐쇄에 돌입하자 부산공장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와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흑자에도 기본급을 계속해서 동결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차 본사 앞에서 부산공장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상경집회를 열었다. 르노삼성차 노동조합과 금속노동조합 르노삼성차지회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부산공장 노동자 1천700여 명 가운데 2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본급 동결 결사반대와 사측의 직장폐쇄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사측은 파업 참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이달 10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무기한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한다고 통보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으로부터 회사의 재산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조는 사측과의 2019년도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참여율이 30%대로 저조하자, 지난 7일부터는 게릴라식 파업 전술로 작전을 변경하고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르노삼성차 노사가 2019년도 임금교섭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이지만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약 8% 인상, 사측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박종규 르노삼성차 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교섭 요구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사측은 시간을 끌면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보상으로 100만 원을 주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르노 본사에는 8천500억 원을 퍼주고 노동자들에게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르노삼성차가 5년 간 영업이익 1조3천 억 원을 내는 등 지불 능력이 충분함에도 지난 2018년에 이어 2019년도에도 기본급을 동결하려 한다며 노동 가치를 충분히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렬 영업지부장은 "알바비도 최저시급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왜 우리만 동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측은 지난해 6월에도 직장폐쇄를 단행했는데 이번에 회사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앞으로 학자금, 의료비, 복리후생 축소 등까지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지회장은 "2013년부터 흑자가 났는데도 매년 미래를 위해 양보하고 있다"며 "2013년과 2014년도 임금이 동결되고 2015년도에는 임금 피크제 적용, 호봉제 폐지, 수당 폐지 등 다 양보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들은 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정 지회장은 "노조는 지금처럼 간헐적으로 투쟁을 해왔는데 언론에서는 투쟁을 접으면 백기투항, 파업을 하면 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전부터 투쟁을 해왔으면 지금 국내 생산 내수를 지킬 수 있었을 거다"며 "이제 악질 르노 자본을 바로잡기 위해 투쟁을 접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조는 집회가 끝난 뒤 본사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했지만 경찰병력이 출입을 막아 실패했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한 것에 대해 "2018년 영업이익 3천500억 원 가운데 '닛산 로그'로 인한 게 1천800억 원인데 이게 계약 종료로 다 빠지게 됐다"며 "'닛산 로그'가 영업이익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얘기했다.
지난 2018년 연 10만 대 수준으로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은 지난해 9월에 끝났다. 현재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신형 SUV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르노 본사로부터 확보해야 하지만 배정 여부가 안개 속이다.
사측은 직장폐쇄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서는 "노조의 게릴라 파업 때문에 협력업체와 고객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소한의 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든 것이 부분 직장폐쇄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측은 조업 희망자만 출근해 근로 희망서 제출 시 정상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내수와 수출을 합쳐 전년동기대비 판매가 22.0%나 줄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