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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키워드] 비상경영 롯데…신동빈, '공감경영' 앞세워 활로 모색


中 사드 보복·日 불매운동 여파로 타격…'공감·혁신'으로 위기 돌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공감 경영'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이 같이 밝혔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다양한 리스크를 대처하기 위해선 고객과의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 회장이 이 같이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롯데가 휘청거렸던 영향이 컸다.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매년 국적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롯데는 이번에도 '일본기업'이라는 오명 때문에 각 계열사별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후 롯데의 주류, 식품, 유통, 패션 사업들이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 일본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하는 사업들은 불매운동의 집중 타깃이 됐고, 처음처럼, 세븐일레븐 등 롯데가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들도 불매 대상이 되면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본격화 된 지난해 3분기 동안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하향세를 보였다. 특히 그룹 매출의 29.1%를 담당하는 유통 부문의 실적 악화가 가장 뼈아팠다. 롯데쇼핑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지난 3분기 동안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매출은 5.8%가 줄었다.

또 롯데가 일본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국내서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바닥을 쳤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곳으로, 불매운동 기간이 포함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한 1천994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32.7%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 영향으로 에프알엘코리아 이사회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한 2018년 하반기 회계연도에서 기말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기말 배당금이 사라지면서 롯데쇼핑도 배당수익을 받지 못해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며 "이미 지난해 3분기에 에프알엘코리아 실적 하락이 영향으로 210억 원의 지분법손실이 있었고, 이번에 배당금 축소까지 더해지면서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전경 [사진=조성우 기자]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전경 [사진=조성우 기자]

아사히맥주의 경우 한 때 수입맥주 브랜드 순위 1위까지 오르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7월 이후 발주량은 거의 '0'을 기록했다. 이에 롯데아사히주류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맥주 제품 가격을 내렸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인 롯데주류는 이번 일로 가장 억울한 케이스로 꼽힌다.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소문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의혹을 기반으로 '처음처럼' 등 일부 제품들은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까지 당해 고스란히 매출 하락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롯데주류는 현재 '롯데주류는 일본 기업'이라는 식의 허위 기사·블로그·게시물을 게재한 이들을 대상으로 고소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는 8~9월 일본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소주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달 소주 매출 감소폭이 10%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소주 불매운동 영향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 역시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지난해 '빼빼로데이'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를 의식해 '빼빼로데이' 대신 '스윗데이' 등으로 행사명을 변경하며 규모를 축소했고, 롯데제과도 기획상품 포장지에 '롯데' 로고를 빼고 판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관련 매출은 올해 오르긴 했으나, 3년 만에 평일에 진행된 영향이 컸다"며 "친구나 직장 동료를 위해 '빼빼로'를 구입한 이들이 있어 빼빼로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불매운동 여파 때문에 기대보단 크게 늘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일본기업이라는 루머에 대해 해명한 안내문 [사진=롯데주류]
롯데주류가 지난해 일본기업이라는 루머에 대해 해명한 안내문 [사진=롯데주류]

이로 인해 롯데는 지난해 10월 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와 반일감정으로 인한 롯데 불매운동 등 국내외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영향이 컸다. 당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임직원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향후 발생 가능한 외환 및 유동성 위기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불매운동 여파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신 회장은 올해 '공감'과 '공생'을 경영 키워드로 내걸고, 임직원들에게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기업'이란 오명을 지우기 위해선 '롯데'에 대한 고객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것이 선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 역시 현지에서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에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고객의 니즈, 더 나아가 시대가 추구하는 바를 빠르게 읽어내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기업보다 한 걸음 더 빠르고, 어제보다 한 뼘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사회와 공생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며 "롯데가 하는 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신 회장은 '일본기업' 이미지 지우기를 통한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에도 속도를 더 낼 방침이다. 롯데는 과거 지배구조가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국내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롯데와 복잡하게 지분관계로 얽혀 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기업'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실제로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세운 후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했고, 투자 과정에서 일본 롯데 자금을 활용하면서 복잡한 지분 관계가 조성됐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2017년 10월 국내에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세우면서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 자신이 롯데지주 최대주주가 됐고, 지주사 아래로 계열사들도 모았다. 다만 일본 롯데가 99%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특히 롯데호텔은 괌, 뉴욕, 시애틀 등 미국 호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 해외 사업 강화를 통한 기업 가치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관세청이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유지키로 한 것도 호텔롯데로선 호재다. 여기에 지난달 19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었던 재무전문가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그룹 호텔&서비스 부문(BU·Business Unit)장으로 이동하면서 상장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배당수익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 실질에 비해 액수는 아주 미미하다"며 "이미 많은 기업들도 외국인 주주가 많은 현실 속에서 롯데에만 '일본'의 잣대를 내세워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신 회장은 올해 '공감'과 함께 '혁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의 일환으로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부문 조직개편을 실행하며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 부문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50대 중반 최고경영자를 대거 선임하고 젊은 대표와 신임 임원 발탁에도 적극 나서 인사 쇄신을 통한 그룹 체질 개선에 온 힘을 쏟았다.

특히 '온라인' 사업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사업부 간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대표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사업 부문을 롯데쇼핑 원톱(One Top) 대표 체제 통합법인으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일관성 있는 투자와 사업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유통 분야 혁신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이에 맞춰 올해 상반기에는 롯데그룹의 새로운 쇼핑앱(App)인 '롯데온(ON)'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앱은 기존에 백화점·마트·닷컴·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온라인몰 상품을 한 데 모은 것으로, 상품 데이터베이스(DB)가 통합돼 훨씬 고도화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각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과 검색 이력이 통합적으로 모니터링 돼 롯데의 다른 쇼핑몰에 접속하더라도 취향에 맞는 물건을 추천받거나,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

롯데온 앱 화면 [사진=롯데지주]
롯데온 앱 화면 [사진=롯데지주]

여기에 롯데는 올해 O4O(On-line for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 통합) 전략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샬롯'이라는 인공지능(AI) 통합 브랜드의 경쟁력 높이기에 주력하는 한편, 1만2천9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O4O 전략을 구현함으로써 고객 개개인에게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핵심역량은 강화하면서 기존 사업구조를 효율적으로 혁신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달라"며 "우리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을 발전시키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도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우리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5년 후의 모습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지속적인 자기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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