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구상이 전면에 드러났다. 지주사를 내·외 '투톱체제'로 변경하고, 호텔&서비스BU장에 '재무통'을 선임해 호텔롯데 상장 의지를 보였다. 또 온라인 시장의 역습 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BU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둔 인사 혁신을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19일 지주와 유통·식품·화학·서비스 부문 50개 계열사의 2020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부회장)이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선임됐으며,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해 유통BU장을 맡았다. 송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그룹 재무업무를 총괄하던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선임됐으며, 유통BU는 전체 계열사 중 절반의 대표가 교체됐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연계한 조직 개편 및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트렌드 팔로워가 아닌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내·외치 분할한 롯데지주…호텔롯데 상장 '초점'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선임된 송용덕 부회장은 인사·노무·경영개선 등 업무를 수행하며 그룹의 인재 육성 및 조직 업무 효율을 통한 역량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에 대표를 맡고 있던 황각규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 역할을 계속하면서 그룹 미래 사업, 글로벌 사업 전략,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송 부회장의 뒤를 이은 이봉철 신임 호텔&서비스 BU장이다. 이 신임 BU장은 1986년 대홍기획 입사 이후 30년 이상 재무 업무만을 담당한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에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금융권 인맥을 넓힌 바 있으며, 2017년 출범한 롯데지주에서는 재무혁신실장을 맡아 지주사 전환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롯데GRS, 롯데상사 등의 투자사업을 롯데지주에 통합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에 큰 성과를 냈다.
이 BU장은 업무 분할로 '외치'를 담당하게 될 황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숙원 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신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받아 '오너리스크'를 해소한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벽인 호텔롯데 상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고 금융권 인맥까지 가지고 있는 이 BU장이 큰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호텔롯데 상장의 가장 큰 축이자 호텔&서비스BU 매출 비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면세점의 해외 진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올해 1월 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7월 베트남 하노이공항,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에 지점을 열며 국내 1위에서 글로벌 면세점으로의 변신을 시작한 바 있다. 이 같은 글로벌화가 상장에 필수적인 수익성 개선에 큰 힘을 보태는 만큼, 이 BU장 또한 거침 없는 '글로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집중' 유통BU…강희태식 '롯데 온' 힘 받을 듯
'37년 롯데맨' 이원준 유통BU장의 후임으로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됨과 함께 내정됐다. 강 신임BU장은 온라인 시장의 역습 등 악재 속에서도 '더콘란샵' 도입 등 프리미엄화 전략을 구사해 롯데백화점의 실적을 개선시킨 점을 높게 평가받아 왔다.
또 강 BU장은 롯데백화점 대표로 부임한 이듬해인 지난 2018년 각 계열사별로 운영돼 왔던 롯데그룹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는 '롯데 온(ON)'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지금까지 업무를 담당해 온 바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온라인 역량 강화에 역량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시 강 BU장은 5년 동안 3조 원을 투자하고, 2020년 매출 20조를 달성해 온라인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지난 4월 8개 계열사 쇼핑몰을 통합한 '롯데 온' 어플리케이션을 론칭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최종 결과물 도출을 앞두고 있다.
강 신임BU장의 후임 롯데백화점 대표는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 황범석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슈퍼는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가 선임됐고, 롯데e커머스는 롯데지주 조영제 전무가 맡는다. 또 롭스에는 롯데백화점 홍성호 전무가, 코리아세븐에는 최경호 세븐일레븐 전무가 배치돼 '뉴롯데' 변신 일선에 나선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황범석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다. 황 대표는 그간 롯데백화점 대표를 사장급 인사가 역임해 온 것과 달리 전무 직급으로 대표를 맡게 됐다. 재계는 이를 올해 유통가 인사의 화두인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에 앞서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현대백화점 그룹 모두 백화점 대표에 1965년생인 황 대표와 같은 1960년대생 인사를 선임한 바 있다.
또 롯데홈쇼핑 재직 시절 단독 브랜드 론칭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일가견을 보인 바 있는 황 대표가 백화점 차별화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황 대표는 롯데홈쇼핑 재직 시절 '라우렐'과 'LBL' 등 자체 브랜드를 연이어 론칭시키며 롯데홈쇼핑이 지난 3분기 롯데쇼핑 내에서 유일하게 실적 성장을 기록하는 결과를 창출한 바 있다.
재계는 이번 롯데그룹 유통BU 인사에 대해 강 BU장이 롯데그룹 유통업계의 온라인 통합을 이끌고, 황 대표가 오프라인에서 백화점 차별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백화점·슈퍼·e커머스·롭스 신임 대표들을 모두 '신입'으로 배치해 무한 경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는 예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유통BU가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어왔지만, 실제 단행된 인사 폭은 이보다 더 넓고 크다"라며 "신 회장이 '뉴롯데' 프로젝트의 본격적 시작을 알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혁신이 수익성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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