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구글을 비롯해 인텔·퀄컴 등 미국의 글로벌 IT업체들이 잇따라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공지했다. 주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급 업체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신중하다.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부품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부품 공급량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긍정적 신호는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로 인해 화웨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는 입을 모은다. 차기 출시 스마트폰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전혀 사용할 수 없기에 지메일, 유튜브 등 구글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사용 불가하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 공급도 봉쇄되기에 당장 AP와 모뎀칩 공급처를 찾기도 어렵다.
화웨이는 주요 부품에 대한 약 3개월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결국 부품 수급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미국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580만대에서 올해 1억5천600만대, 내년 1억1천96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전망치와 1억~1억5천만대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자리를 꿰찬다고 해도, 화웨이의 전체적인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드는 이상 눈에 띌 만큼의 반사이익으로 다가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화웨이가 구글에게도 제재를 받았기에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면 반도체 수요 역시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이 중 상당 비중은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OLED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공급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면 삼성전자의 부품 공급도 줄어드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크지는 않지만,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만큼 타격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중 퀄컴의 AP·모뎀칩이 탑재되는 제품은 주로 중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자국 판매 제품에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만든 칩을 쓴다. 향후 화웨이의 해당 지역 스마트폰 판매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든다면 중국 이외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가 자국 판매 스마트폰에 계속 자사의 AP와 모뎀칩을 탑재하는 기조를 유지한다면 퀄컴의 부품 공급 중단이 삼성전자에게 큰 호재는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낙관론이 나오는 이유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로 잠재적 소비자들이 많이 옮겨가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중남미 등지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경우 상당수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제품을 대신 구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출하량 증가에 따른 삼성전자의 부품 공급량 증가가 기대된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출하량 감소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는 셈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할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의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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