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은정 기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 전화기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45년 12월. 당시 일본 체신국에 '후지형 타입-3' 전화기가 첫 도입되면서부터다. 후지쯔는 통신기능이 전무했던 일본에 통신시설을 구축하고 일본 최초 전화기 생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이 전화기는 지난 15일 방문한 후지쯔의 도쿄 가와사키 공장 내 테크놀로지 홀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테크놀로지 홀 '히스토리 존(History Zone)'에 전시돼 후지쯔가 이끈 일본 기술 혁신 역사를 대변했다.
최재일 한국후지쯔 대표는 "후지쯔의 다양한 신기술·제품 뒤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후지쯔만의 개발정신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후지쯔는 10년 뒤, 5년 뒤를 내다보는 연구와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는 중점프로젝트를 중심으로 R&D 에 집중 투자해왔다. 매년 4조 엔(한화 약 40조원) 규모의 본사 평균 매출액의 약 5% 수준인 1천800억 엔(1조8천억 원)이 R&D에 투입된다.
이 같은 R&D 성과로 일본 첫 전화기에 이어 슈퍼컴퓨터, 최근의 양자컴퓨팅 기술 기반의 '디지털 어닐러(Digital Annealer)'까지 후지쯔의 '최초 기술'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후지쯔는 지난 1977년 일본 최초 슈퍼컴퓨터 'F230-75 어레이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한다. 기존에 사람이 계산하던 원자력 공학, 유체역학 등을 100~1천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일본의 슈퍼컴퓨터 시대를 연다.
◆전화기부터 디지털 어닐러까지 후지쯔의 '최초' 역사
"후지쯔 그룹 연구는 세가지로 진행됩니다. '첨단기반연구'는 당장의 사업 성공과는 거리가 먼 미래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고, '선행연구'는 앞으로 5년 뒤를 바라보고 하는 개발입니다. 또 '중점프로젝트'를 통해 PoC가 필요한 기술요소에 대해 연구합니다."
일본 가와사키 공장 내 연구소 전시실에서 만난 R&D 전략기획팀 히로야수 수가노씨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시간별로 도식화된 그래프를 통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슈퍼컴퓨터, 디지털 어닐러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 및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후지쯔는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디지털 어닐러 기술을 첫 공개하기도했다. 이 기술은 아직은 생소하지만 미래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알고리즘 기반 하드웨어 기술로 꼽힌다.
후지쯔는 이를 필두로 올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미들웨어, 서비스 운영관련, 플랫폼 혁신, 아키텍처 부문 혁신, G(Gymnastics, 체조경기) 프로젝트 등 6가지 영역에서 중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에 이은 '디지털 어닐러'로 또 혁신
슈퍼컴퓨터는 '1+1=2' 등 연산을 100% 정확하게 해내 추후 계산시간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핵심인 반면, 디지털 어닐러는 99.8%의 정확성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 된 방법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슈퍼컴퓨터 개발 중 '양자 컴퓨터'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어닐러는 최종목표인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으로 향하는 단계의 과도기적 기술로 사용 가능한 컴퓨터 아키텍처 상품. 해당 기술이 적용된 중앙처리장치(CPU)와 알고리즘이 별도로 제작돼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적 요소를 동시에 갖춘 기술이기도 하다.
가령 어닐러 기술에는 DAU(Digital Annealing Unit) 칩이 사용된다. DAU는 양자 컴퓨팅의 퀀텀 비트(큐비트) 개념을 회로로 구현한 칩으로 8천192비트 풀 커넥티비티를 갖추고 있다. 거의 모든 비트의 신호를 주고받아 엄청난 양의 시뮬레이션을 단시간 내 계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몇 초만에 결론 도출, 디지털 어닐러 연내 상용화 예정
어닐러 기술은 기업의 상품 개발 중 겪게되는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 최적화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범용 컴퓨터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도 어닐러는 단 몇 초, 몇 분만에 결론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이처럼 가상 시뮬레이션 속도가 빨라지면 기업은 상품 출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항만 컨테이너선 물류의 효율화, 금융 상품의 빠른 출시 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기존 기간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도 어닐러를 적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후지쯔에 따르면 이 기술을 기업 내 물류 창고에 적용, 부품 픽업 작업 이동 거리가 최대 45% 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약 20% 가량 픽업 거리 단축도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은 태블릿PC에 표시된 최적, 최단 거리의 경로로 물품을 운반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재일 한국후지쯔 대표는"컴퓨터 제품을 만들 때 로봇 암(ARM)이 동시에 여러 개 움직이게 되는 데 이것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작업할 수 있도록 어닐러가 돕는다"며 "다만 모든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조합 최적화가 필요한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는 이 같은 디지털 어닐러가 출시,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일본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진행된 '후지쯔포럼2019'에서도 어닐러 기술은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었다.
한국 상용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연내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올해 안으로 국내 시장에도 디지털 어닐러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최은정 기자 ejc@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