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꿈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영면(永眠)에 들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영결식은 16일 오전 6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한진그룹장으로 진행됐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LA 뉴포트비치 별장에서 머물면서 병 치료에 전념했지만 이달 8일 폐질환으로 향년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의 시신은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2일 오전 4시 40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운구해 빈소에 안치됐다. 장례는 5일간 치러졌다. 이 기간 조문을 다녀간 조문객은 수천명에 달한다.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된 영결식에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조양호 회장을 기리기 위해 추모사를 맡았다.
석태수 대표는 "숱한 위기와 어려움에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로 저희를 이끌어 주셨던 회장님의 의연하고 든든한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회장님이 걸어온 위대한 여정과 추구했던 숭고한 뜻을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이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70세의 일기를 끝으로 떠난 조양호 회장은 1949년 3월 8일 조중훈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메사추세츠 美 메사추세츠주 커싱 아카데미 고등학교를 졸업 후 인하대 공과대학 학사,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26세의 나이로 대한항공에 입사, 5년간 항공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두루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는 1989년 한진정보통신 사장을 역임한 후 1992년 대한항공 회장을 거쳐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7년 뒤인 2003년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조양호 회장은 수송으로 국가에 보은한다는 수송보국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만드는 데 일생을 바쳤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발전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9년 대한항공 창립 당시 8대 뿐이었던 항공기는 50주년을 맞은 올해 166대로 20배 이상 늘었고, 취항한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개 도시로 확대됐다.
회사 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은 13조원, 영업이익은 6천400억원에 달한다. 조양호 회장의 탁월한 경영의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한항공을 굴지의 항공사로 키우는 과정에 위기도 적지 않았다. 그는 그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지를 발휘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지만 자체적으로 소유한 항공기를 매각하고 재임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1998년에는 주력 모델인 보잉737 27대를 유리한 조건으로 구입했고, 2003년 항공산업이 극도의 침체에 빠졌을 때도 차세대 항공기인 A380을 구매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저비용항공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는 것을 보면서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 새로운 패러다임에 앞장섰다. 이를 통해 저비용항공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동시 한국의 항공시장을 발전시켰다.
조양호 회장은 세계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 글로벌 항공산업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1995년부터 항공업계 UN격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집행위원회 위원을 4차레나 맡았다. 2004년에는 집행위원 선정위원회 위원에, 2014년부터는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조양호 회장의 IATA 내 영향력은 곧 전세계 항공산업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로 이어졌고, 결국 2019년 IATA 연차총회를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데도 적잖은 공을 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다.
조양호 회장은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1년에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고문 역할을 자처했고, 2014년에는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조직위원장 취임 후 산악 지형이 많은 강원도를 쉽게 다녀오기 위해 SUV 차량을 직접 구매할 만큼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헌신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조양호 회장은 45년 수송보국의 일생을 마치고 아버지인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과 어머니인 김정일 여사가 묻힌 경기도 용인 하갈동 신갈 선영에 안장됐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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