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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주총 본격 개막…'주주친화·신사업' 바람


일부 기업 사외이사 선임 두고 갈등…불황에 사업다각화 움직임 多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유통업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시작되면서 각 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일부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속속 도입하며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는가 하면, 그룹 오너들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사업다각화가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유통기업 중 주목할 곳은 신세계, 이마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GS리테일 등이다.

특히 신세계는 주주권 강화 차원에서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광주신세계 등 7개 상장사에 전자투표제를 처음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이마트 등 일부 계열사들은 사외이사 교체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신규 사외이사로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원정희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었던 위철환 동수원종합법무법인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국민연금이 원정희 고문을 두고 독립성 훼손을 우려해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원 고문이 신세계와 상시 법률자문 계약을 맺었던 법무법인에서 최근 상근 임직원으로 일했던 것을 이유로 삼고 있다. 국민연금은 신세계 지분 13.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마트는 국세청 차장 출신 이전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다시 내세웠다. 이 후보는 2017년 주총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선임됐다. 태평양은 과거 이마트와 상시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 곳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올해도 이전환 고문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겠다는 안건을 내놨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독립성 훼손을 문제로 반대를 권고했다.

왼쪽부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정기 주총. [사진=각 사]
왼쪽부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정기 주총. [사진=각 사]

아모레퍼시픽도 이사 보수한도와 일부 이사 후보 안건을 올렸지만,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등 주요 캐나다 연기금들이 반대표를 행사키로 해 난항이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사 9명에 대한 보수 한도액으로 200억 원을 설정했으나, 3곳의 연기금은 기준도 없이 너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서경배 회장과 동문관계인 엄영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후보자로 선임하겠다는 안건에 대해서도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모그룹 계열사인 GS건설 출신인 하용득 전 부사장을 신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 전 부사장은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거쳐 2006년 GS건설에 입사해 2016년 부사장으로 퇴임했고, 현재 법무법인 클라스 소속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하 씨가 GS리테일 수퍼사업부와 관련된 소송과 법률자문 등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에 있는 만큼 독립성 훼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농심도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국민연금과 마찰을 빚고 있다. 농심은 이날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윤석철 사외이사 자리에 신병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반대할 계획이다. 신 사외이사가 몸담았던 삼정 회계법인이 계열사인 농심기획의 외부감사인인 만큼, 이해관계에 따른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농심 지분 10.5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 외에도 LG생활건강은 이날 주총에서 차석용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15년째 LG생활건강 수장 자리를 지키며, 그룹 내 최장수 CEO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2일 주총을 여는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의 대표를 맡고 있으나, 현대백화점에서는 미등기임원 부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이 '형제경영'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사외이사로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를 택했다. 장 변호사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이번 일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삼양식품 주총도 예정돼 있다. 삼양식품은 2대 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주주 제안을 하면서 빨간 불이 켜졌다. 만약 이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횡령으로 1심에서 부인인 김정수 사장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이사회에서 제외된다.

22일 정기 주총을 실시하는 한샘은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이사선임, 배당 등 안건을 의결한다. 또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업, 렌털임대업, 청소·수리유지관리 서비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27일에는 휠라코리아가 주총을 열고 윤근창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을 다룬다. 윤 대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휠라 브랜드를 부활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휠라코리아는 2세 경영인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날 주총이 예정된 편의점 CU의 투자회사인 BGF는 홍석조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또 컴퓨터·주변장치·소프트웨어 도매업과 양식어업·수렵, 통신공사업 등 총 14개 사업목적을 신규 추가해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은 25일 CJ대한통운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을 4일간 분산시켜 진행한다. 올해부터 지주사를 비롯해 CJ제일제당, CJ CGV 등에 전자투표를 확대 도입한 CJ그룹은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신설하고, 사외이사가 연임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명시토록 하는 등 주주권리보호 방안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검토하고 있다.

CJ는 27일 주총에서 박근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천성관, 김연근 사외이사 선임안도 상정한다. CJ제일제당은 29일 주총을 열고 손경식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종창, 김태윤, 이시욱 사외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롯데쇼핑 주주총회.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 주주총회. [사진=롯데쇼핑]

롯데칠성은 이달 2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임기 2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또 액면분할과 관련된 정관 내용 변경 안건도 상정될 예정이다. 더불어 장난감 및 취미, 오락용품 도매업,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인 한섬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한다. 의류 제조 판매와 도·소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해 온 한섬이 화장품 부문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섬은 김민덕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오는 29일 주총을 진행하는 LF는 생활용품 판매 사업영역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주방용품 제조판매' 사업목적을 '주방용품·전기·전자용품 제조판매'로 변경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이를 통해 LF는 핸드블랜더, 토스터기, 에어프라이어 같은 주방 소형 가전을 직접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홈앤쇼핑은 같은날 주총을 열고, 김기문 신임 중기중앙회장 등을 포함한 신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인사권 남용 및 영업비밀 유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최종삼 대표와 임원 2명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업계 주주총회는 주주권 강화와 더불어 사업다각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맞는 첫 정기 주총인 만큼, 국민연금의 행보에도 많은 이목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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