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민혜정, 도민선 기자] 지상파와 SK텔레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플랫폼을 결성한다.
서로 대립각을 세워온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손잡은 형국.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 중심의 인수합병(M&A) 등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시장 재편 시나리오가 유력시 됐던 것과 달리 지상파가 이에 본격 가세하면서 미디어 산업 새판짜기가 새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거센 변화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3일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사장 박정호)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로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가시적 성과는 3개월 내 이뤄질 것이라는게 업계 관측이다. 지분은 실사 등의 절차상 시간이 필요한만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지상파 3사는 공동 출자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을 통해 OTT 서비스 '푹(Pooq)'을 운영 중이다. MBC와 SBS가 40%, KBS가 2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는 약 400만명 수준으로 지상파 3사 콘텐츠 및 중국 동남아 지역의 OTT와 제휴해 제공 중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가 OTT 서비스인 '옥수수'를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는 약 964만명 수준이다. 국내 토종 OTT 중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 분사를 추진한다. 이후 분사된 옥수수는 콘텐츠연합플랫폼과 결합, 통합법인이 설립되는 방식이다. 새로운 브랜드 및 서비스를 론칭하고, 고객들의 미디어 이용패턴을 고려해 사용이 쉽고 단순한 요금제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또 통합법인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한류 확산과 K콘텐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하여 통합법인을 경쟁력 있는 글로벌 OTT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K콘텐츠가 잘 혁신될 생태계가 필요해 이를 (지상파와) 합세해 만들게 됐다"며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력에 자본, 디지털 기술 등 우리가 지닌 강점을 융합해 글로벌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 지상파-유료방송사간 '상징적' 수직협력 주목
옥수수와 푹의 통합법인 설립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손을 잡았다는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방송 미디어 사업자간 합종연횡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거론됐으나 가시화되지는 못했다. 이 탓에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시장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쳐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신규 OTT 미디어 플랫폼의 국내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세등등하다.
실제로 앞서 지난 2015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SK계열이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선다면,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지상파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반면 지상파가 IPTV의 인수합병을 반대할 게 아니라 플랫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그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콘텐츠 산업 활성화로 이어가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않았다.
뒤이어 최근까지도 통신3사 IPTV 중심으로 케이블TV(SO) M&A를 통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방안이 거론돼 왔으나 이 역시 변수가 여전한 상황. 이 와중에 LG유플러스는 IPTV와 넷플릭스 제휴를 통해 또다른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시장 재편에 지상파가 새롭게 가세, 연합군 결성을 통한 글로벌 플랫폼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한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료방송이) 지상파를 배제하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플랫폼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그 효과를 콘텐츠 산업 활성화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OTT 통합 플랫폼 결성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글로벌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며, 콘텐츠에 투자할 대규모 국내외 자본을 유치한다는 뜻"이라며, "SK텔레콤이 옥수수 통합법인에 투자하고 국내외 자본 유치 및 우리 자원을 최대한 활용, 동남아부터 글로벌 경쟁을 본격화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국내 OTT 서비스는 수평적 확장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지상파와 IPTV 결합상품 경쟁에 치중해 왔다. 한계는 자명했다. OTT의 핵심 경쟁력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산시키려면 유의미한 가입자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국내 OTT 플랫폼 중 1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곳은 없다.
OTT를 독립 플랫폼으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콘텐츠 활성화를 도모하려면 채널간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변화에 지지부진했던 방송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통합법인을 설립한다는 사실은 추후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 역할을 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이를 기회 삼아 지상파는 수익악화에 따른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단을, 이통사는 탈통신의 기조 아래 미디어를 자립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필수…규제 불확실성은 '상존'
다만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손 잡았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지각변동을 예상하면서도 그에 따른 우려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후발주자로서 기존 해외 OTT 사업자와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미디어업계 전문가는 "단순히 콘텐츠를 공유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경쟁력 확보를 담보할 수는 없다"며, "오리지널 콘텐츠 이상으로 합리적인 과금체계와 혁신적인 사용자경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상파의 투자 여력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결국 자체 콘텐츠인데, 지상파의 경우 투자여력이 떨어져서 승산이 있을지 우려된다"며, "글로벌 진출 역시 동남아시아의 경우 이미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플랫폼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상파가 '푹'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지 못한다는 점과 SK텔레콤이 '옥수수'로 분투했으나 해외 사업자들을 뒤집을 수 있는 역량 부족, 규제로 인한 인수합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자체적인 플랫폼 강화가 힘들어지자 차선책으로 협력을 도모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의식이 큰 지상파뿐만 아니라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미디어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SK텔레콤 입장에서도 대안이 필요했을것"이라며, "이러한 시도가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OTT 플랫폼은 현재 국내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나 이를 규제 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향후 규제 불확실성도 남아있는 셈. 아직 국내법에서 OTT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규제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국내외 사업자간 차별규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기에 법제화는 하되 최소한의 규제로 산업으로서의 관리하는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며, "OTT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산업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아 활력 제고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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