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사업부인 '옥수수' 분할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이를 통해 토종 OTT 연합을 결성, 규모의 경제 실현 및 해외 사업자 대항마로 키울 가능성이 거론돼 주목된다.
이는 OTT 경쟁력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핵심으로 꼽히면서 OTT 업계에 콘텐츠 제휴, 또는 통합 플랫폼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다만 SK 측은 이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업계 이해관계가 복잡해 이를 조율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13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부 분할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부 분할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옥수수 분할 가능성은 인정한 셈이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OTT 연합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 특히 뉴ICT 전략을 앞세워 탈 MNO(망 사업자), 종합 미디어 그룹을 표방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이를 주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에서 옥수수 사업부가 분할된다면, SK브로드밴드가 아닌 SK텔레콤 산하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5세대통신(5G)과 4차산업혁명 시대 영상 콘텐츠가 킬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어 이에 따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세지는 OTT 공세, 개별 대응은 한계?
실제로 업계에서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의 국내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항할 만한 토종 OTT 연합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미국 넷플릭스가 가입자 1억3천만명으로 1위를 점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서는 넷플릭스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최근 LG유플러스와 제휴 등 IPTV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달 본지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넷플릭스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기존 사업자들의 대응 유형은 크게 3가지"라며, "첫째는 통신사는 결합상품을 이용해 경쟁할 수 있고, 둘째는 LG유플러스처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이며, 셋째는 국내 사업자들끼리 힘을 모아 경쟁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역시 넷플릭스와 관련 국내 플랫폼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문위원은 "넷플릭스도 2007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고 5년 뒤에야 자체 콘텐츠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었다"며, "플랫폼의 사이즈가 충분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제작할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진출에 맞춰 딜라이브나 CJ헬로가 제휴를 통한 OTT 디바이스 판매에 나선 바 있다. 또 LG유플러스는 IPTV와 제휴, 결합상품 출시를 검토중이다. 다만 이들 형태는 기존 가입자에 제휴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여서 의미있는 가입자확대나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분산된 국내 OTT 플랫폼, 연합군 탄생하나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CJ ENM의 티빙,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 등이 연합전선을 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토종 OTT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단순 콘텐츠 제휴일수도, 또는 통합 플랫폼 형태 일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일 뿐 복잡한 이해관계로 실제 이뤄질 지, 또 논의에도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형태 역시 단순 콘텐츠 제휴부터 통합 플랫폼 구성까지 다양하다. 가령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원스토어'나 케이블TV가 VoD 통합 지원을 위해 신설한 '홈초이'등이 전례로 꼽힌다. '푹(POOQ)' 역시 지상파 콘텐츠를 모아 N스크린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결성된 바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지상파 출신인 김혁 센터장을 미디어지원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SBS미디어비즈니스센터장을 역임한데다 지상파방송연합 OTT '푹(POOQ)'과 지상파방송연합 온라인광고대항사 스마트미디어랩(SMR) 설립을 이끈 전문가인 때문이다.
김혁 본부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콘텐츠는 빠르게 가고 있고, 미디어 사업쪽에서 풀어야하는 데 갈증과 조급함도 있었다"며,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트래픽 분석이나 기술, 인프라 등을 가진 업체와 함께 하고 싶었고, 이종결합을 통해 풀어보려 한다"며 합류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양쪽의 가교 역할(지상파-통신사)을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또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들어올 때 혼자가 아니라 같이 대응해야 한다"며, "큰 틀에서 솔루션은 콘텐츠 사업자(CP)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슷한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인데, 격발요인이 있다면 한국의 콘텐츠와 기술력, 플랫폼 등을 통해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 측이 미디어 사업을 위해 인수합병(M&A) 등 덩치 키우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은 "(OTT서비스에서)오리지널 콘텐츠는 독점력이 필수며, 자신의 가입자만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때 본격적인 제작이 가능하다"며, "현재 B tv 460만 가구 가입자를 통해 오리지널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제휴나 M&A 등을 통해 800만 이상으로 늘어나면 실현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OTT 업체 한 관계자는 "지상파 품을 떠나 자생해야 하는 푹과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티빙, 네트워크 인프라 대비 콘텐츠는 열악한 통신사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계속된다면, 충분히 연합할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OTT가 초기시장인데다 경쟁의 원천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타 사업자에 주거나 공유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OTT 연합 결성이 실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 토종 OTT가 연합하려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콘텐츠 사업자(CP)나 네트워크 인프라 및 기술역량이 높은 플랫폼 사업자 등으로 각자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면 가능하겠지만 OTT 시장 초기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를 단순히 나누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연합 가능성에 "굳이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자체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 자체를 불식시키는 콘텐츠 제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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