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롯데가 결국 금융업에서 철수한다는 뜻을 공식화하면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시장에 나왔다.
카드업계와 보험업계 모두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우리, KB, 신한 등 기존 금융그룹이 최우선 인수자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가 모그룹과의 제휴로 유통망이 넓지만 각사의 덩치는 작아 부담이 적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롯데도 흔든 공정거래법…카드·손보대표 "매각절차 진행 중"
롯데지주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가 지주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설립 2년 이내인 내년 10월까지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금융사들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서다.
롯데는 금융사를 매각하지 않는 방안까지 포괄해 개편 방안을 고심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시기와 절차를 조율할 방침이다. 이번 매각에 운명이 걸린 카드와 손보 임직원들은 3천500여명이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현재 외부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소유 금지조항에 따라 법적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도 "우리 그룹은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하는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심사숙고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득이하게 그룹 내 금융계열사인 롯데손보를 그룹 외부로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캐피탈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이번 매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깜깜한 업황에 금융그룹 물망…"넓은 유통망·작은 덩치" 긍정적 해석도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매각설은 지난해 롯데가 지주전환 선언을 한 뒤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다만 매각의 원인이 카드와 손보 탓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양 사의 포트폴리오가 탄탄하지는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없었더라면 당장 시장에 던져질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금융사도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롯데카드의 장점은 단연 넓은 유통망이다. 롯데가 굴지의 유통사인만큼 각종 프로모션과 연계 상품 등을 통해 유통계열사 고객을 두루 확보하고 있다. 반대로 롯데카드가 롯데와의 연결성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면 새 주인 찾기도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모두 '작은 덩치'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카드, 손보사를 보유한 회사로서는 롯데카드와 손보를 인수해 상위권을 노려볼 만하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에 따른 카드사 순위는 롯데카드가 65조원으로 5위에 랭크됐다. 보험사가 없는 금융그룹이라면 롯데손보 인수로 보험업 면허를 취득할 가능성도 보인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후보는 지주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이다. 우리카드는 규모 면에서 롯데카드에 뒤쳐진 6위로 평가된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만나면 단숨에 업계 윗자리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지주 전환이라는 큰 사건을 맞은 우리은행이 내년 조직안정을 목표로 위험한 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올해 오렌지라이프의 새 주인이 된 신한금융이 롯데손보 인수로 한번 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또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손보를 인수하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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