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정부가 발 빠르게 4차산업혁명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기능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에 따라 영유아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은 부모의 몫이기는 하나 정부와 기업 등이 윤리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은 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와 공동으로 '영유아 디지털 과의존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최근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영유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됐다.
◆ IT 산업발전의 역기능 해소 위해 민·관 소통의 장 마련해야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사회적 현상은 최근 ICT 산업 발전과 대척점에 놓여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스마트폰 보급률을 갖춘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피해도 심각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정책관은 "4차산업혁명을 추진하는데 있어 정보보호정책은 사이버침해 등이 우선순위로 놓여져 있고, 역기능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 않아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키즈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에 따른 부모의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이를 놓칠세라 각 기업들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튜브의 경우 키즈 교육 콘텐츠 시청 시간은 전년대비 95%나 증가했다. 통신3사도 IPTV를 통해 키즈 플랫폼 서비스 및 콘텐츠 확보에 혈안이다.
산업은 성장하고 있으나 그에 따른 윤리적 책무는 비켜나 있다. IPTV 키즈 콘텐츠 발표장에서 한 임원은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대책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우리가 할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한국과 달리 타 선진국들은 과도한 IT 이용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주혜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미국의 경우 민관이 함께 뜻을 모아 아동의 디지털 웰빙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라며, "대표적으로 비영리기관인 '커먼센스'는 실리콘밸리의 주요 IT기업 출신들이 모여 만든 인도적 기술센터(CHT)과 협력해 아동의 디지털 웰빙을 위한 실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공익광고뿐만 아니라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인증하고 배포한 가족 미디어 툴킷도 제공하고 있다. IT기업들의 경우 잠재적 위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최두진 한국정보화진흥원 본부장은 "분명 기업에서 기여할 수 있는게 많고 대화와 합의의 장이 필요하다"라며, "예컨데 구글이나 애플이 결제 수준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입장에서 이미지 개선이 이뤄져 결국은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교권에서 스마트쉼 운동 등을 전개하는 것도 그만큼 (스마트폰 중독 등 IT발전의 역기능)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며, "향후 2~3년내 산업을 발전시키면서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연대를 공고히 해나갔으면 하고, 미디어를 통해 정보의 바른 활용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 스마트폰 과의존, 영유아 인지 조절 발달 더뎌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정윤경 카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영유아의 스마트 기기 의존도가 높을 수록 정서와 자기 조절 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서 자극에 대한 동공 크기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 연구를 진행한 결과 스마트 기기 사용이 적은 아이들은 변화가 큰데 비해 많이 이용하는 아이들은 반응이 크지 않다"며, 영유아기에는 인지, 정서, 행동의 심리적 조절 능력의 기초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규칙이 없을 경우 스마트 기기 중독 경향성 점수가 높게 나타나고, 양육자가 함께하지 않을 때 스마트 기기 중독 점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허용적일때도 점수가 높다.
전주혜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영유아 미디어 이용행태에 대한 보호자 요인분석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시기는 24개월 이후부터가 35.8%로 가장 높았다. 12~18개월부터도 24.3% 수준이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시간 18분으로 1~2시간 미만이 가장 많았다.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놀이용 동영상이 43.9%로 기록됐다. 허용한 이유는 아이가 원해서가 34.6%, 일처리 동안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가 28.2%, 짜증내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24.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용에 대한 견해로는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지금 정도로 유지시키고 싶다가 45.9%로 나타났으나,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스마트폰은 사용해도 되지만 시간과 장소, 내용에 제한을 둬야 한다가 50.%%를 나타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보호자와 함께 하는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앱을 개발 중이다.
김교륭 연세아이웰소아청소년과의원 전문의는 현장의 얘기를 들려줬다. 김 전문의는 "실제로 100명 정도 부모가 매일 오는데 30% 정도는 스마트폰 과의존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나머지 30%는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한다"며, "부모의 귀차니즘이 문제다. 소아과 입장에서는 3세부터 자기조절을 시작해 9세에 완성되기 때문에 쓰지 마라는게 아니라 올바르게 쓰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고 사람을 피하는 여아의 원인을 알아보니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야동을 본 것을 알게됐다"라며, "형들이 야동보는 방법을 알려줘서 캠핑장에서 혼자 몰래 야동을 보는 자녀가 걱정되 아버지가 오신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유해 콘텐츠를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모가 최대한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을 것을 권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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