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중독 치유 명목으로 게임사들에게 기금을 걷으려는 시도가 국정감사장에서 나와 논란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인 게임을 여타 사행산업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고, 아직 정식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game disorder) 항목을 규제의 근거로 삼은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카지노·경마·경륜·경정·복권 등 다른 사행산업과 같이 게임업체들에게도 게임중독자 예방 및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게임중독예방치유부담금의 부과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 의원은 "사행산업 사업자들은 전년도 순매출의 0.5%를 도박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사행성과 중독성이 크므로 그만큼 책임을 지우는 건데 게임업체도 마찬가지라고 전 본다"라며 "게임사들에게 게임중독 예방금을 부과해 게임 중독 예방 및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개정(ICD-11)을 올해 6월 공개한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WHO가 게임장애를 국제질병에 포함시킴으로서 중독 논란은 마무리가 된 것 같다"면서 "게임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감춰진 사행성과 중독성 문제들을 게임사들이 애써 외면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ICD-11이 확정되는 시기는 내년 5월로 예정된 WHO 총회로, 아직 6개월도 넘게 남아 있는 상황. 이를 근거로 삼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인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역시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는 게임사들의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는 게임문화재단이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사업을 진행하는 등 중독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강 협회장은 "게임사들이 과거 사회적 소통이 부족해 부정적 인식이 커진 걸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시민 단체와 학부모단체 등과 합의하며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며 "게임사들의 50% 이상 매출이 해외에서 얻고 있으며 사회공헌 활동도 늘려가고 있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일상에 지장을 받거나 학업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치유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의견을 듣겠다"고 답했다.
여타 사행산업들처럼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게임에 사행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고 해서 (게임이) 사행산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한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사들이 자율기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3년에도 기금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부담금 보다는 사회공헌 등 다른 방법으로 이용자를 케어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김동현 강남직업전문학교 심리학계열 교수가 참고인으로 참석해 게임 중독 및 사행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중 이해국 교수의 경우 앞서 2014년 열린 게임중독법 관련 공청회 당시 마약보다 게임이 중독성이 강하며 4대 중독 카테고리에 '차라리 마약을 빼라'며 언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3년에도 손인춘 전 의원이 게임업체의 매출 1%를 게임중독 치유기금 명목으로 걷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 법안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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